최상현 주필

 
뉴욕은 국제 도시, 세계의 다인종 도시, 미국의 중심 도시다. UN 본부가 있는 국제 외교의 무대, 무역․상업․물류의 중심지, 첨단 문화예술의 도시, 환락의 도시다. 한마디로 복합적 도시 기능을 다 갖춘 거대 도시, 이른바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Superpower) 위상을 유지하는 한 뉴욕은 다의미(多意味)적으로 세계의 심장일 수밖에 없다.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는 그 뉴욕에서도 다양한 피부 색깔과 직군의 사람, 다국적 군상(群像)이 구름처럼 모이고 흩어지며 빈번히 왕래하는 북적대는 번화가다. 따라서 번쩍이는 전광판 광고가 소기의 효과를 발휘하기에 딱 알맞은 조건을 구비한 최적의 입지다. 그곳에 ‘통일은 대박!’이라는 한반도 통일의 구미 당기는 실리적 측면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광고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너나없이 사람은 투기적 본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박!’이라는 투기 용어에 눈을 번쩍 뜨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유심히 쳐다보지 않을 사람 없고, ‘과연 저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궁금증을 안 가질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저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저 광고는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한 일이 아니라 한인 재미 실업가 한 사람이 자비를 들여 한 일로 이미 알려졌다. 한반도 통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급속히 국제적인 어젠더(Agenda)로 부각되어 긍정적인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때에 그는 우리가 세계를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쳐대어 알리고 싶었던 우리의 민족적 숙원을 세계 시민 ‘광장(Agora)’으로 끌고나가 공론을 이끌어내려 한 것이 된다.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는 고대 아테네의 좁은 시민 광장, 아고라(Agora)가 아니라 세계로 툭 터진 현대의 넓고 너른 세계 시민 광장이 아닌가.

이런 곳에 남북을 통틀어 7천만의 민간인 중 의로운 뜻을 공유한 우리의 핏줄인 한 사람이 우리의 숙원을 끌고 나가 광보(廣報)한 것은 우리가 일제 만행의 명백한 증거인 위안부 동상을 미국 도시 지역에 세운 일과 함께 우리 역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그 광고를 보는 세계인 모두는 한반도에서 역사적인 때가 무르익으면서 더욱 우리의 심장이 터지도록 가슴에서 고동치는 우리의 민족적 숙원인 한반도 통일에 관해 한층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뿐만 아니라 그 광고는 쏟아낼 곳이 없었던 우리의 통일 염원의 물줄기를 세계를 향해 뿜어내게 함으로써 일종의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가져다주어 통일에 관한 우리 내부 합의와 결의, 그것을 지향할 때 필수적인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짧은 기간에 산업화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한국의 기적이 말해주는 것은 타민족이 추종하기 어려운 한민족의 우수성이며 탁월함이다. 조선말기의 망국 상황과 분단의 비애가 대표적으로 상징하듯 비록 역사적 전환기에 우리끼리 분열되고 찢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통일 대업을 앞둔 지금도 그러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우리 누구나의 핏속에 불변이며 영속하는 것은 뜨거운 민족애와 민족혼이다. 조선 침략을 기획하고 실행한 원흉이며 일제의 심장인 이토 히로부미를 심판한 안중근 의사, 일본인들의 신(神)이었던 일왕(日王) 히로히토의 행렬에 폭탄을 던져 일본과 세계를 놀라게 한 이봉창 의사,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벌어진 일제의 전승축하기념식 무대에 도시락 폭탄을 던져 일분 군 수뇌부를 폭살시킨 윤봉길 의사 등의 의거가 바로 우리 민족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민족애와 민족혼의 위대한 발현이었다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작금에 타임스 스퀘어에 등장한 통일 광고, 위안부 동상 건립 등은 결코 그것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다. 이 모두 우리 핏속에 면면히 이어져오는 그 같은 민족애와 민족혼이 일깨우고 시켜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일들인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 주를 시작으로 미 전역으로 번지는 재미교포들의 동해 병기(倂記) 캠페인이 속속 성공을 거두어가는 것도 그러하다. 이로 보아 맑고 깨끗한 사심 없는 정치 리더십이 적절한 동기만 부여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이라도 더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 도약,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퀀텀 점프(Quantum jump)’와 같은 대약진, 대비약의 기적을 일구어낼 저력과 민족혼을 지닌 발군(拔群)의 민족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나라 밖으로 나가면 설사 어떤 이유로 고국이 싫어 떠났더라도 고국이 그리워지고 조국애가 생기며 애국자가 되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해외 동포가 내부의 우리에게 우리의 위대한 민족혼을 되살리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대견해 할 것이 아니라 내부의 우리가 그들에게 그 같은 동기를 먼저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 우리 민족이 내외적으로 크게 단합할 수만 있다면 현재의 우리 국력과 세계적 위상으로도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없다. 통일도 멀지 않다. 가정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선말에 또는 해방 전환기에 지금처럼만 미국에서와 같은 대외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었다면 일제의 침탈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침탈이 원인을 제공한 한반도 분단의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약하면 먹힌다. 찢어지면 약해진다. 그것이 냉엄한 국제 질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편의 권력 쟁취를 위해 찢어져 국력을 소모하고 약해질 것이 아니라 강해지기 위한 방편을 놓고 권력을 다투어도 다투어야 하고 싸워도 싸워야 한다. 그럴 때 통일이라는 숙원의 실현은 차라리 불현듯 그 과정의 부산물로 얻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태평양 전쟁의 참담한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선 일본이 일제의 침탈 근성과 그 사악한 발톱을 내보인다. 아베가 총리가 된 후 그 같은 속내는 노골화됐다. 그들은 패망으로 우리에게 한반도 분단의 씨앗을 안겨주고 쫓겨나면서 ‘일본은 일어서 다시 온다’고 했다던가. 그 말대로 저들은 다시 일어서 강해졌으며 우리의 영토 독도를 그들 땅이라며 침탈을 시작했다. 이는 전후 처리를 말끔히 하지 못한 미국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할 만큼 힘이 없었던 우리 탓이기도 하다. 통일을 앞둔 지금 일본의 동태는 우리를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다. 그렇지만 저들에게 전율을 안겨준 우리의 민족혼이 국내외에서 다시 깨어 우리의 단합과 강해짐을 조장하는 한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그렇다고 너무 안심하거나 해이해지지는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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