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룡 세금바르게쓰기운동본부 대표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 중 서울 도심의 노후화된 주택을 재건축해 도심의 업무 및 주거기능을 살리는 도심재개발사업 관련 민원이다.

서울 종로구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2001년 서울시 도심재개발 업무를 하고 있는 관련 공무원에게 민원을 제기해 본인의 불편을 호소했으나, 공무원의 민원처리 결과에 불만을 갖고 날짜만 바꿔 매일 행정심판을 국무총리실과 건설교통부에 제출함으로써 민원처리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공무원의 민원처리가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지만 민원인에게 어떠한 마음으로 친절하게 답변하고 성심성의를 다해 응대하느냐가 중요하다. 민원내용이 민원인의 생각대로 처리가 안 됐다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이런 민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재개발과 도심재개발팀에서 업무를 추진하던 중 우리 팀 내 다른 직원이 동일한 민원처리 파일이 캐비넷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세부적인 민원내용을 떠나 왜 할아버지는 소모성 민원을 매일 제출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2년 이상을 제출했으니 할아버지의 의지도 보통이 아니다. 내가 더욱 놀란 것은 담당, 팀장, 과장이 민원을 적극적으로 처리해 할아버지의 불만을 해소할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무의미한 결재만 2년 이상 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일은 아니지만, 이건 행정력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감이 들었다.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한 의지가 없는 공무원은 무사안일에 빠져 있는 사람이다.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할아버지나 아무 의식 없이 결재를 하는 공무원이랑 똑같이 행정력을 낭비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같은 분류의 사람이다. 하여튼 할아버지는 공무원을 귀찮게 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아마 전직 공무원 출신이 아닌가 할 정도로 공무원이 행정심판 업무가 소송업무이기 때문에 꼭 처리해야 할 업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행정력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민원을 꼭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할아버지를 설득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과장에게 보고드렸다. 나는 이번 민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학생의 순수한 눈으로 편지를 보내 할아버지의 애국심과 이성적인 판단에 호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시립대 후배들을 통해 진심어린 편지를 할아버지에게 보내도록 조치를 했다.

편지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행정심판을 제출하지 않았다. 민원이 해결된 것이다. 공무원이 진심으로 민원인의 불편을 살피고 해결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을 자발적으로 하느냐, 아니냐가 행정 서비스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할아버지의 오랜 민원을 통해 새삼 다시 한 번 느낀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