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 선언문 선포 “3.1정신, 갈등화해·통일 밑거름 삼을 것”
3월 2일부터 100일 전국순례… 갈등 지역의 현안 해법 모색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계가 화쟁(和諍) 사상과 3.1정신으로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노, 증오 더 나아가 한반도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범사회 차원의 통합운동에 나선다.

조계종은 20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선언식’을 열고 100일 동안 전국 14개 광역지방자치단체 등 100개 도시를 순례하는 사회통합 대장정을 선포했다.

순례 선언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태고종 도산스님 등 불교계 인사를 비롯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과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이 참석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화쟁코리아 순례는 한반도 곳곳의 갈등과 고통의 현장을 어루만지고 원융무애(원융하여 일체의 거리낌이 없는 상태)의 정신으로 서로 손을 맞잡는 대장정이자 자비와 화쟁의 큰 발걸음”이라며 “불교인들과 이웃 종교인을 중심으로 순례에 나서는 것은 3.1운동의 정신을 되살리는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사를 밝힌 한광옥 위원장은 “3.1운동에서 선열들이 보여준 자기희생과 화합의 정신은 한국사회가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정신이자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향하는 목표”라면서 “남북 간 화합에 앞서 남남갈등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선언식에 참석한 이들은 우리 사회의 대통합을 위해서는 사회 곳곳에 뿌리깊이 박힌 좌우 이념 대립과 불신을 극복하는 진실과 화해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붓다·예수·원효처럼 화해의 길 만들어야”

참석자들은 화쟁코리아 선언문에서 “좌우, 친북·반북, 자본가·노동가, 개발론·보존론으로 나뉘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60여 년 전 좌우익의 갈등과 한국전쟁이 피맺힌 응어리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붓다·예수·원효·간디·만델라처럼 진실과 화해의 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나아가자”고 결의했다.

이어 “지금 한국 사회에는 수구꼴통, 종북 빨갱이 같은 죽임의 언어를 쏟아지고 있다”며 “분노와 증오,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현실을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줘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온 겨레가 서로의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됐던 3.1정신을 희망의 등불로 삼아 남남갈등, 남북갈등의 철조망이 녹아내리고 평화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3.1정신으로 갈등치유·사회통합

화쟁코리아가 갈등 치유와 사회통합을 위해 추구하는 핵심 정신은 3.1정신이다. 화쟁순례 상임 공동추진위원장 도법스님(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은 “3.1정신은 남북과 진영의 논리를 넘어 온 민족이 함께할 수 있는 정신”이라며 “이 정신에 맞게 지혜와 뜻을 모아낸다면 화쟁과 회통의 길을 열고 진실과 화해의 길을 열어가는 데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도법스님은 “불교계가 내부 문제가 아닌 사회의 아픔을 내 것으로 보듬고 치유해보자고 나선 일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얼핏 보면 한국사회를 위한 일 같지만, 정직하게는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화쟁순례는 그간 종단이 진행해 온 자성과쇄신결사의 사회적 실천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대립 극복 위한 100일 순례길

전국 방방곡곡을 100일 동안 도는 화쟁코리아 순례는 언제 시작되며, 어떤 내용이 담기나. 화쟁 순례단은 3월 2일 제주 한라산 백록담에서 천고제를 지낸 뒤 이튿날 제주 법정사지를 출발해 100일 동안 전국 순례를 벌여 6월 10일 서울 광화문공원에 도착한다. 3월 10일부터 23일까지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고리원전, UN묘지, 한진중공업, 거제포로수용소, 천성산 원효터널, 진주의료원 등 갈등과 대립의 생채기가 남은 곳을 찾을 예정이다.

순례단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 동안 하루 10~15km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한다. 주요 순례지에 도착해서는 탑돌이식 순행, 기원문 낭독, 명상 등을 실시하며 순례지에 따라 대중공사, 야단법석 등을 개최해 지역의 각종 현안에 대해 듣고 해결방법을 모색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취합된 지역현안과 이에 대한 논의들은 6월 10일 서울 광화문공원에서 열리는 종료식에서 선언문의 형식으로 발표된다. 매주 토요일에는 가족단위 참석자들이 함께하는 ‘생명평화행진 및 국민통합문화제’를 여는 것은 물론 위령제를 봉행해 진보·보수·중도를 아우르는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조계종은 100일 순례 이후에도 ‘대한민국 야단법석’ 등을 통해 사회대통합을 위한 화쟁코리아 캠페인을 계속 전개할 방침이며. 뜻을 같이할 각계 인사들을 모으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중앙종회의장 향적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도정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스님 등이 참여한다. 정계에서는 강창일·김장실·정갑윤·천호선 의원이 참여하고, 김희옥 동국대 총장, 농부철학자 윤구병, 소설가 정도상,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이춘호 EBS 이사장 등도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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