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가장 큰 외교 행사”… 국제 사회 일원을 넘어 책임 국가로

주요 선진국 회의인 G20 정상회의가 2010년 한국에서 개최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조정자로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내년 11월 제5차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됨에 따라 의장국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로 인해 외교가에서는 한국 외교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0년간 서방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제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해 온 G8(주요 8개국)을 대체하는 보다 강력한 지배시스템으로 기능하게 될 G20의 개최국으로 선정된 것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남북한의 대치 상황 등으로 인해 유엔 가입이 늦어지는 등 국제사회에서는 경제 규모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 GDP의 85%, 인구의 2/3 이상이 포함돼 있는 명실상부한 전 세계 대표 국가의 모임인 G20 개최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2010년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됐음을 국민 여러분께 먼저 알려드린다”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만장일치로 결정이 된 것은 국민 여러분의 강력한 성원과 격려 덕분에 거둔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번 G20 정상회의의 의의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심이 G8에서 G20으로 옮겨가게 됐다는 것이며, 그 첫 정례화된 회의를 우리가 유치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로서는 단군 이래 가장 큰 외교 행사를 치르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불어닥친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시적 성격을 가지던 G20 체제가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그 유용성이 인정되면서 G20 회의체제는 새로운 글로벌 최고 경제협의체로 급부상했다.

미국 백악관이 25일 성명을 통해 “오늘 G20 정상들이 G20 회의를 전 세계 경제협력을 위한 최고협의체(the premier forum)로 만드는 것을 지지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G20 체제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이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이와 함께 백악관은 “이번 결정이 더 강하고 더 균형 잡힌 글로벌 경제를 건설하고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며 빈국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게 될 것”이라고 밝혀 향후 G20의 위상과 역할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정례화로 인해 G8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G20 중심으로 재편되는 변화를 가져오는 것과 함께 끊임없이 자격 시비에 시달렸던 우리나라가 세계경제를 논의하는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최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당초 예상보다 세계경제가 빨리 회복단계에 들어서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G20을 구심점으로 유례없는 긴밀한 국제공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본·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와 신흥국으로는 첫 번째로 G20 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그만큼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입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은 “지구촌 마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유지 그룹의 정상회의 유치는 우리 외교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제 경제시장의 불균형 문제를 조정하고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모델을 논의하는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는 일에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도 G20 회의 개최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이 전 세계 주요국과 공조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경제위기 극복의 모범을 보인 데 대해 세계 각국이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이라며 “G20 정상회의 개최를 국제 공조체제에 기여하고 선진국 도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국내에서 최초로 전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선진 20개국 정상이 모이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더욱 내실 있는 국가 외교를 진행하기를 기대한다”면서 G20 정상회의의 한국 유치를 축하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위치를 점하게 된 만큼 그에 맞는 경제적, 사회적 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G20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사회복지, 국민적 기본권을 갖춰 G20 개최국으로서의 손색없는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도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것을 환영했다. 전경련, 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한국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되고 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국제사회에서 역할이 급격히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외교사의 쾌거”라고 평가했다.

이들 단체는 “G20 개최지 선정은 대한민국의 경제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리고 국제 공조체제에서 중심국가로서의 위상을 드높이는 한편 우리 경제발전의 촉진제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G20 정상회의 개최는 우리 외교의 도약대이자 우리나라의 능력을 국제사회에서 평가받는 시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관계자는 G20 개최도시에 대해 “애초 내년 4월 개최를 추진했었으나 11월 개최로 준비시간이 늘어난 만큼 추후 준비위원회와 기획단을 확대 편성하여 만반의 준비에 들어감과 동시에 최적의 개최도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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