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한복을 향한 열정, 김혜순 원장 인터뷰

▲ 김혜순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황진이가 오늘날을 산다면 어떤 모습일까?

2년 전 안방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TV 드라마 ‘황진이’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황진이의 모든 모습을 화면에 담아냈다.

드라마 속에서 재현된 복식은 황진이의 인물과 하나가 되어 화려함과 세련됨의 극치를 보여줬다. 배우 하지원의 모습이 더욱 ‘황진이’다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옷이라는 건 입어주는 사람이 당당해야 빛이 나는 것이지 입는 사람이 자신 없어 하면 시들어 버리는 거예요. 헌 옷이라도 당당하게 입으면 그 옷은 새 옷이 되는 거죠.”

황진이의 모습을 전통 한복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낸 김혜순 원장은 시대를 풍미했던 황진이의 당당함이 옷을 재현해 내는 데 핵심이었음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한복을 입을 때 ‘특별한 날에 한 번 입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고정관념 속에 우리 옷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내겠다고 생각한 김 원장은 한국 전통 한복의 틀은 그대로 살리고 소재만을 현대적으로 변형시켜 누구나 입을 수 있고 가까이 할 수 있는 한복을 만들어냈다.

드라마 황진이를 통해서 보여줬듯이 김 원장의 한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김 원장은 “사람들이 쉽고 간편하게만 살려고 하다 보니 점점 한복과 멀어지게 된 것”이라며 최근 한복을 입는 사람이 줄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또한 옛날 한복을 촌스럽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을 향해 “옷을 통해 마음가짐을 달리 하고 본인의 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 우리가 먼저 한복을 즐겨 입고 아껴야 함을 강조했다.

한복의 절대적 포인트가 ‘맵시’라고 말하는 그는 우리 옷의 맵시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답은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맵시’가 난다는 것이었다.

양장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맵시가 있는 한복은 키가 작은 사람을 훨씬 커 보이게 하고 배가 나와도 라인을 미적이게 만들어 주는 특별함이 있다. 또한 양장에서 조여지는 부분은 허리 부분이지만 한복은 가슴 부분이 조여진다. 외국 파티에 한복을 입고 나가면 그 어떤 드레스보다 가장 눈에 띄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한복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정신을 담아서 입는 옷이기에 더 훌륭한 의복이라고 말한다.

▲ 김혜순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사람들은 색에 고정관념이 있어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지만 해외에서는 색의 틀을 깬 한복을 보고 놀란다. 그 어떤 색의 배합도 어우러지는 한복은 입는 사람의 당당함으로 가장 아름다운 멋을 낼 수 있다.”

27년간 이러한 신조를 지키며 한복을 지어 온 김 원장이 수없이 변해가는 패션 가운데 절대적으로 고수하는 원칙은 ‘전통’이었다.

그는 “한복을 해오면서 오로지 지켜 온 것이 있다면 전통인데 여기서 고정관념을 깬 변화를 시도한 것이 황진이의 옷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변화를 시도한 것은 소재와 디자인의 현대화였지 기본적인 틀은 조금도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현재 세계가 한국의 한복에 주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무조건 한복을 많이 입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입으려면 알고 입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교훈이다.

이렇듯 바르게 알아감을 원하는 김 원장은 ‘미친듯이’ 매달려 작업했던 황진이 이후에도 여전히 바쁜 일정을 달리고 있다. 이번에는 그의 저서 ‘왕의 복식’을 통해 전통에 대한 또 다른 획을 그을 계획이다.
김 원장은 8년 전부터 황실의 복식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관찰하고 탐구해 책을 준비해 왔고, 왕의 복식을 생생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황실의 ‘왕의 복식’은 김 원장이 펼쳐 보인 황진이의 화려함 이후 또 어떤 신선함을 전해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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