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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아우르는 연합기구 원해… 설립은 ‘미지수’
“한기총, 이단 옹호 문제 해결해야 통합할 수 있을 것”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입지가 위태롭다. 한때 한국교회를 대표해 주도적인 활동을 펼쳐왔지만, 이제는 교계 내 분열을 양산해내는 ‘애물단지’가 됐다.

이 같은 상황은 개신교 각 교단의 수장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CBS는 주요 교단장들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의 연합 목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교단
장들은 현재 연합기구들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표했다.

그 결과 교단장들은 분열보다는 연합을 원했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연합기구가 필요하
다고 생각했다. 또 진보보다 보수교단을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연합하기를 희망했다.

이번 조사결과로 그동안 한국교회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한기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긴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기총은 이단 문제로 다른 연합기구는 물론 한국교회와도 등을 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NCCK는 진보성향이 강해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기총에서 분리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교단장들의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 각 교단장들은 한교연을 지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진보진영 연합기구인 NCCK와 보수진영 연합기구인 한기총‧한교연 중 어느 곳에 대표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교연은 38%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NCCK라는 답변은 28.5%, 모르겠다는 응답도 28.5%가 나왔다. 한기총을 선택한 교단장은 4.7%에 불과했다.

한교연은 연합기구 중에는 가장 늦게 출범했지만 오히려 신뢰도 면에서는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대형교단들과 함께 개신교 역사를 함께해 온 한기총, NCCK의 신뢰도는 낮았다.

이는 한기총과 NCCK가 보수와 진보진영으로 갈려 잦은 마찰을 일으킨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활절연합예배만 놓고 보더라도 한기총과 NCCK로 갈려 행사를 개최하며 근 몇 년 동안 한국교회는 사회에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비난을 받았다.

또 지난해 전 세계 기독교인을 초청해 진행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는 보수 진영의 반대 시위 속에 진행됐다. 이 때문에 불명예를 안게 됐다. 더군다나 올해 개최하기로 예정됐었던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서울총회는 한국교회 분열 양상에 총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무기한 연기됐다.

특히 한기총은 금권선거를 비롯해 갖은 부정부패 의혹과 이단 논쟁으로 신뢰도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그동안 한기총을 이끌어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예장 합동마저 한기총에 등을 돌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단장들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연합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 강한 공감을 표했다. 응답자의 85.7%가 보수교단과 진보교단을 품을 수 있는 연합기구를 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76.1%가 ‘진보‧보수 진영의 연합기구가 각각 존재하는 현실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생각했다.

양 진영에 각각 연합기구가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교단장은 단 19%에 그쳤다.

교단장들이 양 진영을 아우르는 연합기구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이유는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중심으로 삼아야지, 세상의 이념에 따라 갈라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그러나 당장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연합기구의 설립은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양측의 대립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이에 양측이 꾸준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재통합에 대한 의지로 드러났다. 교단장 중 76.1%는 두 연합기구가 재통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반대는 19%를 차지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한기총의 이단 옹호 행위가 먼저 해결돼야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장 합동총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새로운 연합기구에 대해서는 예장 합동 교단을 제외한 나머지 교단들은 ‘제4의 연합기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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