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天地人) 하늘(ㆍ), 땅(ㅡ), 사람(ㅣ) 3자가 지구촌 사로잡다

‘한글’은 언어를 표현한 문자(文字)의 차원을 넘어선 문화(文化)이다. 한글로서 사람과 세상을 변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글은 차원 높은 문화이다.

한국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문화를 인정하고 그들의 말과 문화를 살리는 데 필요한 한글을 선물했다. 문자가 없어서 표현할 길이 없었던 그들의 말과 문화를 한글을 통해서 오히려 회복시켜준 것이다.

바로 다른 민족과의 화합과 상생의 길을 ‘한글’이라는 문화와 우리 민족의 선도(善導)의식으로 찾은 셈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은 한글을 가리켜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말했다. 한글의 우수성은 창의적, 과학적, 논리적, 예술적인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미 인정받고 있으며 외국의 학자들 간에도 “찬탄을 금할 길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천지인’의 창제원리

세종대왕이 직접 지으신 한글의 창제 원리는 ‘천지인(天地人)’에서 비롯되며 천지인, 즉 하늘(ㆍ), 땅(ㅡ), 사람(ㅣ)은 우주의 근본 섭리의 기본이다. 하늘(天)의 사상과 정신으로 땅(地)과 사람(人)을 계몽, 혹은 소성한다는 뜻이 내포돼있다고 볼 수 있다.

휴대 전화에도 우주 원리를 담은 한글 창제 원리인 천지인을 형상화 한 ‘ㆍ, ㅡ, ㅣ’ 세 개로 모든 모음을 표기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인의 정보 검색 및 저장 능력이 앞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IT강국으로서 세계에 우뚝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글의 우수성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 자판에서 한글표기 속도를 쫓아올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한자나 일본 가나에 비해 한글 타이핑 속도가 무려 7배나 빠르다고 알려졌다. 세종은 1443년 정음을 완성한 후 언문청을 열어 원리를 더 완벽하게 연구하며 새 글자의 보급 방법까지 강구한 뒤 3년 만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을 공포했다.

이에 세종은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우매한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데 편하게 할 뿐이다.”

▲ 밀물현대무용단 이숙재 단장이 기획, 안무한 한글 춤의 한 장면, 인체로 한글이라고 썼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국가브랜드 ‘한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가브랜드위원회 1차 보고대회가 있었다. 문화부가 ‘문화를 통한 대한민국 국가브랜딩’이라는 목표 아래 제시한 3가지 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세종학당’이다.

문화부는 ‘세종학당’의 통합브랜드화를 위한 1단계 조치로 내년까지 현재 각 기관별로 운영중인 한국어 교육 사이트를 연계해 ‘u-세종학당’을 구축, 다양한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통합서비스하게 된다.

2단계 조치로 2012년까지 한국어 e-러닝 및 원격교육 통합학습시스템을 구축하고 한국어 교육기관과 교원의 국제네트워크도 만들기로 했다. 또, 내년까지 한글학교, 세종학당, 한국교육원, 한국문화원 등의 명칭을 단일 브랜드인 ‘세종학당(King Sejong Institute)’으로 통합하고 2011년까지 국내에 세종학당 본부를 설치하는 한편 현재 세계 각국에서 운영 중인 17개의 세종학당을 2012년까지 6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글 세계화의 노력

‘21세기 세종대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 최초로 한글이 보급된 일에 대해 “아직은 미비하지만 문자가 없는 민족을 대상으로 우리 한글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라며 “반크에서는 한글 홍보 동영상을 해외 사이트에 게재해 계속해서 한글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글자보다도 익히기 쉬운 우리 한글이 아시아,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뻗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글사랑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이하 한나본)는 ‘한글문화대강대국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함은혜 한나본 대표는 “한나본은 맞춤법이나 한글 지키기, 한글전용 등과 같이 한글을 한국만의 문화유산으로 생각하는 경향의 기존 한글운동과는 차별화된 취지로 전개하고 있다”며 “온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글티셔츠를 개발, 보급하는 운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볼 때도 한글이 세계복음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문자 없는 6천여 종족에게 한글을 만들어 줄 때 복음도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교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한글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언어학자들이 세계 최고 글자로 공인하는 세계적인 발명품”이라며 “한글에 대한 국민적인 자부심을 확인하고 한글을 이용해 세계적인 문화강대국으로 발돋움하자”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글의 세계적 홍보와 국제화의 움직임이 한국방송공사, 재외동포재단, 문화관광부 한국어 세계화 재단, 해외문화홍보원, 한국관광공사, 한글교육원, 국립국어원, 디지털 한글박물관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눈에 띄게 이루어지고 있다.

21세기 세계 흐름의 중심은 문화이며 그 문화는 단순한 인류의 유산을 넘어서 경제를 좌우하는 주요 산업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IT산업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는 오늘날, 국가 간의 벽을 허무는 문화콘텐츠는 다양한 문화의 평화로운 공존이 아니고 문화와 문화 사이의 전쟁이 될 수 있다.

전철 안에서 문자를 주고받으며 TV를 보고 기사를 송출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한글은 이미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로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으로서 자리매김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가브랜드, ‘한글’을 우리가 어떠한 의식으로 어떻게 세계화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국력과 문화 도 비례할 것이다.

“글을 갖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 훈민정음학회 이호영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市)의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보급한 훈민정음학회 이호영 교수는 우리 한글에 대한 우수성과 감사하는 마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 세계의 언어가 약 6800개 되는데 그 중 약 6500개의 언어가 문자가 없다고 한다.

물론 그 언어 중에는 로마자를 이용해서 비공식적인 문자사용을 하는 민족들이 꽤 많지만 정식 표기법을 정해서 제대로 된 문자체계로 교육을 하는 민족은 약 3백 민족밖에 없다. 한글의 기본자는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비슷한 소리는 가획과 겹쳐쓰기의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확장했기 때문에 비슷한 음가의 소리는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ㄱ, ㅋ, ㄲ 등이다. 로마자는 k, g가 비슷한 소리지만 모양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한글이 로마자보다 훨씬 배우기가 쉽다.

글자만 봐도 음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원리 때문에 우리가 단말기에 문자를 입력할 때 로마자보다 훨씬 빨라 IT시대에는 로마자가 한글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로마자는 26자로 표기하지만 우리 한글은 24개의 기본 문자에 겹쳐서 만든 문자들이 많기 때문에 로마자보다 훨씬 더 여유 있게 표기를 할 수 있다.

이호영 교수는 “우리는 우리가 ‘글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고 있다”고 말한다. 당연하게 한글을 받아서 쓰고 있기 때문에 한글이 없을 때의 문자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상상도 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에 세종대왕이 백성을 가엾이 여긴 간절한 애민정신이 없었다면 한글은 창제되지 않았을 것이며, 한글이 없었다면 우리가 말은 우리나라 말을 하면서 글은 한자를 쓰는 이중 언어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을 우리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사랑하고, 글이 없는 민족들에게 한글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해 사랑을 베풀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의 대표적 문화는 ‘한글’”  

▲ 밀물현대무용단 이숙재 단장. ⓒ천지일보(뉴스천지)
10월 13~14일 ‘훈민정음 보물찾기’라는 주제로 ‘열린 하늘 천(天), 탄생의 땅 지(地), 그리고 사람’이란 내용의 무용작품이 밀물현대무용단 주최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올려진다. 이 작품의 예술 총 감독 및 안무를 맡은 밀물현대무용단 이숙재 단장은 무용인으로서 한글관련 최고 권위 상인 ‘외솔상’까지 수상했다.

이 단장은 한글의 우수성에 못 미치는 우리의 의식과 더불어 ‘천지인(天地人)’을 작품의 모티브로 도입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글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 유학시절 한글과 무용을 어떻게 접목시킬까, 한글만이 갖고 있는 우리의 고유 문화유산은 어떤 것인가 생각하던 중 외국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문화가 한글이란 것을 알고 1984년 귀국해서 무용의 소재를 발굴하다가 우리 문화가 빛날 수 있는 소재로 한글을 택해서 춤을 만들게 됐다. 그 때부터 5~6년을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한글학회, 세종기념사업회, 외솔회 등 한글을 영구하는 기관을 찾아가서 한글에 대한 근본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왜 그것이 문화인지에 대해 조사를 했다. 춤은 바디 커뮤니케이션(body communication)이다. 글이 나오기 전에는 누구나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이 글자라고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글자가 각 나라마다 있기 때문에 그 언어를 배우느라 지나친 시간을 소진해서 삶을 저해시키기도 한다. 이번 작품의 포커스는 언젠가는 우주도 하나의 글자로 통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바람을 담은 것이다.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지구 안에서 견제세력이 있겠지만 우주에 4차원의 공간에서 별들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지구는 정말 글로벌하게 하나의 국가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됐을 때는 어떤 글자가 가장 현명하고 소용될 수 있는 글자인가, 이것을 상상해봤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가 영어권에 밀리고 중국어를 배우는 입장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국어를 배우기 전부터 영어를 배우는 세태에 와 있고 시내에 나가보면 유명한 곳일수록 국적불명의 간판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다면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 왜 그렇게 한글을 잃지 않기 위해 항쟁을 했는가?

이 단장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다시 한 번 깨우쳐 볼 수 있도록 작품을 통해서 이런 이슈를 대중들에게 던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는 천지인에서 따왔다. 재미있게 엮어가지만 끝에 가서는 저렇게 아름다운 몸체가 무엇인가, 의문을 가졌을 때 그것이 우리 한글의 ‘홀소리 닿소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되면 외국에서 한글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대단히 놀랍도록 감동을 받는다”고 그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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