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오바마 방문 전 갈등 해소 노력 본격화… 회의론 제기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일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한일 양국의 동맹국인 미국의 중재에 따라 개선의 물꼬가 틀지 주목된다.

한일관계는 양국 신정부 출범 이후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우경화 행보, 과거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 도발 등이 그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재에 나선 것은 한일관계의 복원 없이는 자국 중심의 동북아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좀 역사는 극복하고,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했다. 또한 과거보다는 안보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안보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적극 중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한일 갈등의 고리인 독도 문제나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미국의 이 같은 요구엔 중국에 대한 견제력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일 간 과거사 갈등에 따른 한국의 ‘반일 친중’ 기류로 동북아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맥을 같이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을 포함해 중국을 견제하는 동북아전략이 미국의 상위 목표인데,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계속되면 이 전략에 대한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으니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중재 노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시기인 4월을 앞두고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관계 개선의 데드라인을 이때로 정하고, 양국에 심리적 압박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수개월간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재는 일본의 태도 변화와 우리의 양보를 얻어내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우경화 행보로 한국의 반발과 주변국의 우려를 사온 아베 정권에 대해서는 ‘성의’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내면서 관계 개선 조건에 대한 한국의 요구 수위를 일정 부분 낮추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를 뒤로 미루고 우선 협력이 가능한 안보 문제만을 원포인트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선 미국이 기본적으로 한일 문제를 양비론적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반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케리 장관이 아베 정권의 도발적이고 무모한 역사왜곡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케리 장관이 양비론적 관점에서 한일관계를 말하는 것은 역사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부족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태도 변화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 순방 전까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의 날’ 행사, 3.1절, 일본 교과서 검정, 야스쿠니신사 춘계 예대제 등 민감한 행사가 줄줄이 이어져 일본의 행동에 따라 관계 개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임을출 교수는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도 우경화 행보나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외교에 대해선 일종의 데드라인을 그을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하면 아베의 우경화 행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양국 미래관계에 대해서도 일본이 전향적 입장을 개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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