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쇼트트랙의 심석희가 15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웃음짓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안현수, 金 사냥 성공 속 한국 쇼트트랙 부진 위기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한국 쇼트트랙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15일 남녀 대표팀이 각각 1500m와 1000m 경기에 나섰으나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이날도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찾아온 노메달 위기다.

이날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 나선 심석희(세화여고)는 1위 저우 양(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함께 결승에 뛰었던 김아랑(전주제일고)은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메달 순위에 들지 못했다.

심석희는 레이스 후반 선두로 달리며 역주했으나 저우 양에 막판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레이스를 한 바퀴 남겨두고 선두를 뺏긴 것이다. 결국 2분19초140을 기록한 저우 양에 이어 2분19초239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달성했다. 이번 은메달로 쇼트트랙 대표팀은 박승희(화성시청)의 여자 500m 동메달 획득 이후 두 번째 메달을 수확하게 됐다.

경기 후 심석희는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했는데 거기에 보답을 못해 죄송하다”면서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지만 올림픽 은메달이란 값진 성과에 더 만족한다”고 밝혔다.

저우 양은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하게 됐다. 동메달은 2분19초416을 기록한 아리안타 폰타나(이탈리아)에게 돌아갔다.

심석희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김아랑은 선두로 치고 나가던 과정에서 다른 선수들과 부딪혀 넘어졌다. 경기 종료 이후 비디오 판독 결과 심판진으로부터 반칙 판정으로 페널티를 받았다. 앞서 준결승 경기를 치렀던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조해리(고양시청) 역시 레이스 도중 코너를 돌다가 에밀리 스콧(미국)을 밀었다는 판정이 내려져 실격 처리됐다.

남자 대표팀은 이날도 부진을 이어갔다. 남자 1000m 결승에 한국 대표로 신다운(서울시청)이 출전했으나 메달을 따지 못했다. 오히려 레이스 도중 반칙을 했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남자 대표팀은 소치 올림픽에서 현재까지 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5개나 수확했던 1000m에서조차 메달 사냥에 실패하면서 남자 대표팀의 ‘노메달’ 위기를 키우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홀로 결승전에 나선 신다운은 레이스 도중 추월 기회를 노렸으나 역부족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준결승에 함께 경기에 나섰던 이한빈도 경기 도중 네덜란드 선수와 부딪히면서 반칙 판정으로 탈락했다.

이날 경기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의 지배 아래 있었다. 경기 후반 선두로 치고 나간 안현수는 노련함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1분25초325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지난 2006년 한국 국가대표로 참가했던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하게 됐다. 앞서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던 안현수는 이번 메달로 쇼트트랙 황제의 건재함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1분25초399를 찍은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 역시 안현수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메달을 획득하자 이들은 서로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눴다. 특히 러시아 관중이 큰 환호를 보내는 가운데 안현수는 빙판에 엎드려 키스하는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현수의 경우 남자 5000m 결승 경기, 500m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3관왕 달성도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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