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한번 입는 옷 아닌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탄생

한국 고유의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예전에는 명절이면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한복을 입기 꺼리고 편한 기성복에만 눈길을 돌리게 됐다.

▲ 블랙에 가까운 어두운 진남색 치마에 고급스러운 금색 꽃무늬가 들어간 원피스와 금색 저고리를 매치하여 단정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진한 색상의 원피스는 자칫 잘못하면 키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하이웨스트에 금색 꽃무늬 포인트가 들어가서 키도 커 보이고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사진제공: 모란배필 의상)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국 전통 한복 전문 디자이너 김혜순 원장은 이에 대해 “사람들이 쉽고 간편하게만 살아가려고 하다 보니 점점 한복과 멀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한복을 ‘특별한 날에 한번 입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활동하기에도 불편하고 모양도 고전적이라 평상복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요즘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유행이 한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6년 KBS 드라마 ‘황진이’를 통해 보여진 화려한 한복들은 전통을 그대로 살려 현대화 시킨 옷으로 젊은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한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깰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지나치게 고전적이고 불편한 것이 한복이라고만 생각했던 젊은이들이 ‘퓨전한복’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편리한 한복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이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한복을 디자인하게 됐다는 젊은 한복 디자이너 ‘모란배필’의 김윤주(25) 사장이 바로 그 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06년 MBC 드라마 ‘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퓨전한복’을 만들게 됐다. 궁은 19세기와 21세기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새로운 소재의 드라마다.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 소통하는 새로운 미학을 그려냈던 드라마로 방영 당시 ‘퓨전한복’ 의상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로도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떨리게 했던 작품이다.

현재 운영 중인 쇼핑몰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퓨전 한복이 소개돼 있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특별한 날이 아닌 중요한 약속에 나가서도 입을 만한 한복이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디자이너 김혜순 원장은 “예쁘게 보이는 옷은 누구나가 다 입고 싶어한다”며 “어떤 옷을 만들더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입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예쁘게 옷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한복의 큰 장점 중 하나인 색감의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사람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색감 비례에 엄청 놀라워한다”며 “한복이 개념을 깨버린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반응이다”며 우리나라의 뛰어난 색의 조화를 극찬했다.

한복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색의 조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고리와 치마의 색을 잘 맞춰 입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색감과 고급스러운 원단이라 할지라도 금세 촌스러워진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복이 어렵고 불편하다고만 느끼는 세대들을 위해 기존의 틀을 깬 ‘퓨전한복’이 날로 발전하며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는 이러한 퓨전 ‘패션한복’들이 명절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한다면 어떨까? 아름답고 편한 퓨전한복을 통해 멀게만 느껴졌던 한복을 좀 더 가까이 함으로 ‘한복은 비싸고 불편하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한복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입히기 위해 노력한다는 김윤주 사장은 현재 기성복을 응용한 새로운 한복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한복 입는 것을 쉽고 편하게 생각했으면 한다”는 작은 희망을 전했다.

한국 전통 한복의 틀만은 꼭 지켜가야 한다는 김혜순 원장은 “한복을 입을 때 예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본인의 당당한 정신”이라며 “아무리 촌스러운 옷이라도 바르고 당당하게 입으면 그것은 최고의 옷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색이라는 조화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색을 만들어 내면 된다. 그것이 패션”이라며 우리의 옷을 당당하게 입어주기를 당부했다. 우리의 옷 ‘한복’에는 조상의 삶의 흔적과 역사가 녹아있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를 지켜가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한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잘 모르는 것에 애정을 갖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더욱 우리 것을 알고자 하고 관심을 가져 본다면 한복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아날 것이다.

추석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우리가 우리의 것을 좀 더 아끼고 소중하게 이용한다면 세상에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민족만의 옷이 아닌 인류의 모든 정신이 담긴 소중한 우리의 한복. 우리가 반드시 지켜가야 할 소중한 문화재산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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