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천지일보DB)

택시기사 “인상된 사납금 못 채워 월급 절반 수준”
“단거리 손님 꺼려지는 등 서비스 질도 나아질리 없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서울시가 운수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택시요금을 인상했으나 오히려 전보다 처우가 나빠졌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반응이다.

지난 12일 오후 2시께 서울시청 앞. 택시기사 A(63, 남)씨는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콜이 들어왔으나 손님의 이동거리는 10분 남짓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A씨는 “이동하는데 기름 값이 더 든다. 기본요금이 올랐지만 단거리는 (수입에) 큰 차이가 없어서 (단거리 손님은) 되도록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경력 33년째인 B(61, 남)씨도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사납금을 못 채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차라리 예전이 낫다. 택시요금이 인상되면서 택시 이용객이 줄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납금 2만 5천 원을 회사에 더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시는 택시요금 인상과 함께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중앙 임금 단체 협정(임단협)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사측에 ▲사납금 2만 5천 원 이하 인상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

그러나 손님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인상된 사납금은 택시기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손님을 위한 서비스의 질도 개선될 수 없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목소리다.

또 다른 택시 운전기사인 C씨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결과적으로는 월급이 절반 가까이 깎였다. 예전에는 오후반을 뛴 다음 사납금으로 12만 5천 원을 내면 월급으로 10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손님이 없어 인상된 금액을 더 내지 못해 급여가 30만 원 올랐음에도 월급은 60만 원 수준이라는 게 C씨의 말이다. 더군다나 임단협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사납금 최대 인상금액(2만 5천 원)보다 하루 5천 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C씨는 “예전과 똑같이 일하는데 급여가 절반 정도 차이나니까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회사가 40만 원가량을 더 가져간다고 생각하니 억울할 뿐이다”고 호소했다.

C씨의 사례처럼 납입 기준금을 더 받는 등 운전사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가로채는 택시업체 등을 적발하기 위해 서울시는 무기명 신고사이트를 개설했다. 시는 지난달 22일 사이트를 개설한 후 보름 만에 39개 업체에서 6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납입 기준금 2만 5천 원 초과 인상이 44건으로 가장 많았다. 12일 기준 현재 게시글은 200건을 넘어섰다.

서울시도 관계 부서가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항의전화가 빗발치자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전체 255개 회사 중 132개 회사만이 당초 약속을 지킨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가 12일 발표한 ‘서울시내 택시회사 중앙 임단협 가이드라인 준수율’은 51.8%였다.

시는 당초 요금 인상의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단속을 꾸준히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택시 운전기사 처우 개선과 관련된 문제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택시회사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임단협을 체결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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