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우리나라 남극 연구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의 공사를 마치고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전했다. 사진은 아라온호 앞의 아델리 펭귄. (사진제공: 현대건설)

“추위도, 외로움도 막을 수 없었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현대건설이 우리나라 최초 남극 연구기지인 ‘세종과학기지’를 완공하고 17년만인 올해 2월, ‘장보고 과학기지’의 공사를 마쳤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 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설기지를 보유한 국가 반열에 올랐다.

현대건설은 13일 이같이 밝히며 혹독한 추위와 극한의 자연 환경이 지배하는 남극 건설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은 미래의 자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진 기지가 갖춰진 것”이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 현대건설이 우리나라 남극 연구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의 공사를 마치고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전했다. 사진은 화물선이 해빙에 70톤 크레인 등을 하역하는 모습. (사진제공: 현대건설)
도전의 첫발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극지 건설 초반 현대건설은 남극으로 출항 5개월 전부터 건설에 필요한 자재·장비부터 식자재, 심지어 면봉·이쑤시개 등 각종 생활용품을 실은 컨테이너를 20대 이상을 준비했다. 그러나 하역작업부터 난관이었다. 두께 약 2m의 해빙 위에 100톤 크레인을 내려놓고 1.2㎞를 횡단하며 언제 녹을지 모르는 해빙위에서 가능한 많은 자재를 하역하기 위해 24시간 2교대로 2주간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했다.

하역작업에 이어 건설현장도 어려운 싸움은 계속됐다. 특히 남극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 변화무쌍한 환경은 인간에게 쉽게 영역을 허락하지 않았다. 얼어있는 남극대륙의 지반에 기초를 쌓기 위해 생각하지 못한 많은 장비와 시간이 필요했다. 여타 현장에서 하루에 끝날 일을 일주일 동안 해야 했다. 자고 일어나면 쌓여 있는 눈을 매일 치워가며 얼어있는 장비를 워밍업하고, 고소 작업은 초속 40m이상의 강풍으로 항상 추락위험을 동반했다. 아침이면 얼어있는 안전화를 녹여가며 공사에 임해야 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현장의 문제들도 차츰 해결해 가며 공사가 진행됐다.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외부와의 단절이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단절된 환경에서 오는 외로움은 공사 진행에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통신시설이 갖춰지기 전인 공사 초기, 단절된 환경에서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직원도 생겼다. 작업자들은 핸드폰에 저장된 가족사진과 동영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 현대건설이 우리나라 남극 연구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의 공사를 마치고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전했다. 사진은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남극 건설 현장에서 아침체조를 하는 모습(위)과 얼음두께를 측정하는 모습(아래). (사진제공: 현대건설)
또 하나의 문제는 남극의 자연 환경이었다. 공사기간 중 남극은 24시간 해가 지지 않아 주·야 구분이 없는 백야현상이 이어졌다. 모든 게 정지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시계를 봐야만 하루 일과를 가늠할 수 있었다.

2014년 2월 12일. 현대건설은 불가능을 넘어 건설한 세종과학기지에 이어 극지연구의 새로운 전초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를 준공했다. 현대건설의 뜨거운 도전으로 매서운 바람과 추위에 맞서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열악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을 극복해낸 것이다.

현대건설 남극 장보고기지 건설현장 이제혁 과장은 “건설초기 남극에 왜 펭귄만 살고 사람이 못사는지 절실히 느꼈고, 마치 달나라에서 공사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면서 “그러나 어려운 자연 환경을 극복해 냈고 대한민국 극지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장보고기지 건설은 빙하도 막을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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