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홍성모 작가 작품이 전시된 인사아트센터 전시장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홍 작가는 자신의 삶과 화업 인생을 화폭에 담긴 그림을 통해 설명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화가 들려주는 봄 이야기 그리고 사람과 삶
자연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또 다른 ‘스승’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차갑고 거친 땅을 뚫고 나온 파릇파릇한 새싹의 에너지. 보기만 해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봄꽃들의 향연. 살랑살랑 보는 이의 마음까지 로맨틱하게 만드는 홍성모의 봄은 무언가 다르다.

한국의 사계절을 한 획, 한 획 그려온 홍성모의 사계절 중 입춘을 지나 생기 넘치는 봄의 향기를 그의 그림인생으로 들어보자.

◆자연은 나의 스승, 한국화가 주는 인생의 봄

“일 년에 6만㎞를 넘게 달리죠. 발품을 팔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한국의 수려한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는 데 정신이 없어요. 아침을 먹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여섯 시간을 넘게 그려요. 그래도 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려서 아쉽죠.”

캡션 내용을 읽지 않고 사진만 보고도 장소를 알아내는 홍성모 작가. 35년 화업 인생에서 얻은 깊은 탐색과 열정은 어느새 그의 자산이 돼 있었다.

홍 작가는 설경이 좋아 한 때는 강원도 영월의 폐교에서 살기도 했다. 그 시간이 무려 5년이다. 깊은 산골짜기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곳에 화구통을 들고 한국의 설경을 담아온 홍 작가의 그림은 그 웅장함이 가슴을 울린다.

풍광이 아름답고 산물이 풍요롭기로 유명한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난 홍 작가는 원광대와 동국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책을 보며 그림 그리기를 즐겨했다던 그는 원광대에서 서양화를 그렸다.

대학 시절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그가 첫 번째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그는 더 이상 서양화를 그리지 않았다.

“수술 후에 작업실에 들어갔더니 페인트랑 오일 등에서 나오는 냄새가 지독하게 느껴지더라. 그것 때문에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되면서 그림 그리기가 너무 힘들었죠.”

환경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홍 작가는 어릴 때 먹을 갈고 붓으로 천자문을 쓰던 때가 떠올랐다고 한다.

친환경적인 작업 환경은 한국화가 주는 새로운 힐링이였고 홍 작가는 우리 고유의 붓과 닥으로 만든 순수 한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로 멀쩡한 등산화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산수화를 그려온 홍 작가의 한국화는 순수하면서도 우직함이 그대로 표현돼 있다.

또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감춤 없는 겸손함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또 다른 스승이 된다.

전국을 돌며 수려한 자연을 그려온 홍 작가. 그는 자신이 한국화를 그리지 않았다면 건강상의 문제로도 현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연이 주는 힐링은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했고 홍 작가는 이러한 자연을 ‘스승’이라고 표현한다. 자연은 그리고 한국화는 홍 작가 인생의 ‘봄’과 같다.

◆홍 작가와 함께하는 ‘새로운 도약’

홍 작가는 원광대 출신 후배 작가들과 함께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10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2014 새로운 도약’ 전시를 진행했다.

전북 출신 작가 6인의 작품은 각자의 특색이 가득 묻어 나왔고 특히 최고참으로 참여한 홍 작가의 그림은 웅장함을 더했다.

홍 작가는 현재 동국대 등 여러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시니어반을 운영하며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IMF가 오기 전까지 수익사업을 통해 얻는 수입으로 심장병 어린이들을 10여 년 넘게 도왔고 이제는 후학양성으로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요즘은 정년을 준비하시면서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어르신도 많아요. 열정은 젊은층과 다를 것이 없거든요. 또 그림을 통해서 심신을 달래고 현장에 나가서 콧바람도 쐬고. 그림을 통해 즐거워하는 마음은 젊은 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다 똑같아요. 연령층은 달라도 서로의 공감대는 똑같아서 저로썬 행복하죠.”

자연은 홍 작가에게 스승이 돼 그의 인생에 봄을 선사하고 홍 작가는 자신의 그림 인생을 토대로 후학들 인생에 봄을 선사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는 봄의 시작. 매년 2월이면 중국의 황산을 그리러 떠난 다는 홍 작가. 어느 나라든 겸손하고 우직한 자연의 참 매력을 담기 위해 홍 작가는 오늘도 손끝에 붓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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