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만 4세 된 경식(가명)은 아주 낡은 강아지 인형을 애지중지한다. 지인으로부터 돌 때 받은 선물이기에 이제 벌써 3년째 되었으니 무척 낡아졌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냥 잠깐 갖고 놀다가 보관했던 것이 아니라 항상 손에 쥐고 다니면서 잠잘 때도 옆에 두고 자고 밥 먹을 때도 먹이는 시늉을 하며 수시로 쓰다듬고 만지고 뽀뽀하곤 하니까 낡지 않을 수가 없다. 첫 눈에 보기에도 시꺼먼 때 자국이 선명하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만 3~4세 미만의 아이들이 애착을 갖고 한 가지 물건 또는 장난감을 늘 갖고 다니거나 집착하는 경우는 매우 흔한 현상이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만일 아이가 만 3~4세가 지나서도 특정한 사물에 집착한다면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엄마와의 애착이 불안정한 경우다. 아이가 엄마에게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사물에 지나치게 집착할 수 있다. 엄마에게서 충족 받지 못하는 사랑과 위안을 사물을 통해서 얻는 것이다. 둘째, 환경의 영향, 특히 부모로부터의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모가 좋아하는 물건을 아이가 그대로 좋아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부모가 자신도 잘 모르게 아이에게 특정한 사물에 대해서 인상적으로 흥미를 보였다면, 아이도 그렇게 될 수가 있다. 즉 아이는 부모를 따라서 흉내를 내는 것이다. 셋째, 단순한 기호(성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음악에 관심이 많듯이 아이도 또한 자신의 기호대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이가 다른 물건 또는 활동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때 제시해야 할 사물은 이전의 사물과 비슷한 속성을 가진 것이 좋다. 예를 들어서 아이가 인형을 좋아하면, 비슷한 속성을 가진 인형, 즉 같은 곰 인형이라든지 또는 부드러운 질감이라든지 또는 비슷한 크기라든지 등을 고려해서 ‘대체’ 인형을 제시해 준다. 혹은 아이에게 엄마와의 즐거운 놀이를 그 순간 제안할 수 있다. 애착대상 인형을 잠시 손에서 떼고 엄마와 함께 블록 놀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이와 같은 경험이 반복돼야 한다.

이와 같은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좀처럼 집착 행동을 그만 두지 못한다면, 결코 강압적이거나 무리해서 하면 안 된다. 잘 안 되면 오히려 시기를 더 늦추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아이에게 심리적인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아이의 정상발달에 지장이 있는 경우라면, 아이에게 미리 알린 다음에 그 물건을 치워 버린다. 말이 늦는 아이가 특정 애니메이션이나 영상물(예를 들면 영어로 된 아동용 영상물)만 고집해서 계속 본다면, 부모는 그 아이의 언어 발달을 위해서 영상 기기나 스마트폰을 치울 각오를 해야 한다. 이때 갑작스레 대상물을 치우기보다는 아이에게 약 1주일 전부터 계속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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