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이만희 대표(가운데)와 가톨릭 대표자인 페르난도 카펠라(Fernando R. Capalla) 민다나오 다바오 전 대주교(맨 왼쪽)와 이슬람 대표자인 이스마엘 망구다다투(Esmael G. Mangudadatu) 민다나오 이슬람 자치구 마귄다나오 주지사가 전쟁종식·세계평화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이만희 대표, 민다나오섬 가톨릭-이슬람 중재
25일 정부-반군세력 공식 합의에 촉매제 역할
라모스 전 대통령 극찬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지난 40년간 분쟁과 피로 얼룩졌던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평화의 물결이 찾아왔다. 지난달 25일 필리핀 정부와 민다나오섬 이슬람 반군세력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과의 평화협정 소식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동시에 필리핀 평화협정을 민간 차원에서 이끈 한국인 평화운동가의 활약상 역시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민간 평화운동단체인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이만희(83) 대표와 평화사절단은 지난달 24~25일 민다나오섬을 방문, 오랜 분쟁의 씨앗이었던 가톨릭-이슬람 갈등의 중재를 이끌었다. 일행인 김남희 여성그룹 대표에 따르면 피델 발데스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극찬했다.

▲ 지난달 24일 민다나오섬 가톨릭-이슬람 지도자 간 평화협정이 이뤄진 이후 현지 주민들이 평화협정을 이끈 이 대표에게 감사를 표하고 40년 분쟁종식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을 선보였다. (사진제공: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이 대표가 인구 2천만의 섬 민다나오를 방문한 것은 지난달 24일. 지난해 필리핀 방문 당시 인연을 맺었던 안토니오레데스마 카가얀드오로 대주교의 간청에 따른 것이었다.

가톨릭계와 이슬람계의 종교 갈등이 첨예한 민다나오섬은 아시아 분쟁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 대표는 먼저 현지에서 평화걷기대회를 열었다. 평화에 대한 염원을 고취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날 제너럴 산토스 시내에서 열린 행사엔 각 종단과 국적을 초월해 민다나오 주립대학교 학생들과 국제청년단체 회원, 각 종교 지도자 등 1000여 명이 참여했다.

▲ 지난달 29일 피델 라모스(Fidel V. Ramos, 86) 전 필리핀 대통령과 만난 이 대표와 김 대표. 라모스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민다나오 평화협정 성과에 대해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필리핀 전투부대 소대장으로 6·25에 참전했으며, 1992~1998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새마을운동을 도입하는 등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사진제공: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이 대표는 이어 제너럴 산토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평화협정식을 진행했다. 평화걷기대회에 참석했던 청년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엔 특히 가톨릭 대표자로 페르난도 카펠라(Fernando R. Capalla, 민다나오 다바오) 전 대주교, 이슬람 대표자는 이스마엘 망구다다투(Esmael G. Mangudadatu) 민다나오 이슬람 자치구 마귄다나오 주지사가 참석했다.

망구다다투 주지사는 민다나오섬 분쟁 조정을 맡은 말레이시아 측 협상대표가 대리로 파견했으며, 페르난도 카펠라 전 대주교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일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영향력 있는 필리핀 가톨릭 지도자다. 이들은 이 대표가 준비한 평화 협정문에 서명하면서 전쟁종식과 세계평화 협약에 합의했다. 오랜 갈등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 지난달 24일 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시내에서 진행된 평화걷기 대회에는 국제청년단체 회원, 각 종교 지도자 등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사진제공: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당시 상황에 대해 이 대표는 “각 종교 대표자를 만나서 40년 동안 분쟁을 일으킨 종교 지도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면서 “이후 평화를 위해 종교가 하나 되자는 제안을 양측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날 민간차원에서 이뤄진 평화협정은 다음날인 25일 필리핀 정부가 민다나오섬의 이슬람자치권을 인정하고 모로이슬람해방전선은 점진적으로 무장을 해제한다는 평화협정의 마지막 부속문서에 합의하는 데 결정적 촉매제가 됐다는 게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번 평화협정은 개인을 넘어 한국의 위상을 높인 일”이라며 “한국인이 이룬 평화 행보에 세계가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를 초월한 평화운동이 반세기 동안 피를 뿌리던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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