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합동군사훈련 ‘변수’… 北 “대결행위 멈춰야”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남북관계에도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이미 남북이 합의한 대로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다면, 2010년 10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상봉 행사가 열리는 셈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한 데는 내부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장성택 숙청’ 이후 내부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인민생활의 향상에 집중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를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비중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겹치는 기간임에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수용한데다 우리 정부와 상봉 행사를 무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등 ‘중대제안’을 한 바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최종 성사될 경우 남북관계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을 고리로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 논의를 위한 기류가 형성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중단됐던 당국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대로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가 트일지도 관심사다.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은 “이산가족 상봉을 잘해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계기로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다”며 “북한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해서 상당한 의미를 두는 것 같았다”고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 매체도 과거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일화를 전했다.

그러나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이 24일부터 진행된다는 점에서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시키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6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화와 침략전쟁 연습, 화해와 대결소동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며 “치열한 전쟁마당에서 이뤄진 회담과 대화도 그때에는 불과 불이 오가는 대결행위를 멈추고 진행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라며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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