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군 조호군한의원 원장

 
우리나라에서는 약간은 생소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거나, 의료인들 사이에서는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탄수화물 중독증이다. 혹은 이와 비슷한 용어로 밀가루 중독증도 있는데, 밀가루 중독증에 비해 탄수화물 중독증은 좀 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독증이 있는 사람은 탄수화물, 녹말, 전분 등을 매우 탐닉하는 증세를 지니고 있다. 즉, 빵, 밀가루음식,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음식, 콘칩, 크래커, 케이크 등을 매우 좋아한다. 탄수화물과 함께 당분도 좋아하여 과일, 주스, 아이스크림, 사탕, 파이, 꿀 등 수백 가지 음식을 즐겨 먹곤 한다.

이러한 식습관은 사실 건강에 매우 좋지 않아서 여러 가지 증세나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해지고자 한다면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고혈압, 당뇨, 심장병, 노인성 질환 등 만성퇴행성질환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우울증이나 강박증, 불면증, 집중력장애, 치매 등 갖가지 증세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에는 이러한 탄수화물탐닉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우선 몇 가지에 대해서만 알아보기로 한다.

1. 장내세균불균형 – 인간의 장에는 여러 종류의 세균들이 기생하여 살고 있는데 이들 중 인체에 유익한 것을 유익균이라고 하며 인체에 해로운 것들을 유해균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유해균이 아주 없을 수는 없다. 어느 정도 몸에 지니고 있지만 유익균과 상호 대치함으로써 장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인체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간의 식생활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이러한 균형이 깨지고 일부 유해세균, 곰팡이균 등이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는 점이 문제이다.

이 중에서 유명한 것이 캔디다알비칸(Candida Albicans)이라는 곰팡이균인데 이들은 인체에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들은 밀가루음식이나 당분 등에 의지하여 인체 내에서 생존하고 있다. 즉, 밀가루음식, 탄수화물, 당분 등을 많이 섭취하면 캔디다알비칸이 그 숫자를 늘려서 인체 내에서 잘 생존할 수 있고, 이들 식품을 멀리하면 캔디다알비칸균은 사멸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 식품을 멀리하여 캔디다알비칸이 죽게 되면 죽으면서 몸 안으로 독소를 내뿜게 된다. 따라서 인체는 이 독소로 인해 관절염, 심장병, 불안, 초조, 우울증, 변비, 설사, 불면증 등 갖가지 증세를 겪게 되며 이처럼 몸 안의 유해균이 죽으면서 인체가 겪는 불편한 증세를 헥스마이어 반응(Herxheimer reaction)이라고 한다. 즉, 인체는 나쁜 균들이 죽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헥스마이어 반응증세를 무의식중에 회피하기 위해 탄수화물을 탐닉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2. 경미한 알코올 중독 – 캔디다알비칸은 인체 내에서 알코올을 미량이지만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캔디다알비칸이 많은 사람들은 경미하게 알코올에 중독된 상태이며 자신도 모르게 알코올탐닉현상으로 말미암아 탄수화물, 당분 등을 즐겨 섭취하게 된다. 또한 알코올탐닉 증세도 발병할 수 있다.

3. 세로토닌,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생성 촉진 – 탄소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이 촉진되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게 될 수 있다.

4. 저혈당증세 –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미한 저혈당증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전 인구의 70% 정도가 가벼운 형태의 저혈당증후가 있다고 한다. 저혈당이 있는 경우 손발이 떨리거나, 공복감이 빨리 생기거나, 머리가 혼탁해지는 등의 증세를 느끼게 되는데 이때 당분, 탄소화물 등을 섭취하면 이들 증세가 신속하게 해결된다. 반면에 단백질, 지방, 기름 등은 단당류로 변환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므로 사람들은 저혈당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올바른 저혈당 해소법은 당분이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데 있지 않고 단백질, 탄수화물, 기름 등을 적절히 혼합하여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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