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산 화덕구이’ 박성한 대표 인터뷰

▲ ‘산에산’은 불 조절 연료로 100% 참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향긋한 천연 참나무 향이 고기에 베어든다.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음식문화 특화구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일산동구 풍동 ‘애니골’. 운치 있게 모여 있는 식당 하나하나가 영락없이 ‘맛집’으로 보인다.

그 중에도 ‘산에산 화덕구이’는 윤도현과 김C 등 지금도 유명세를 타는 가수들이 통기타를 연주했던 라이브카페 자리에 생긴 음식점이다.

박성한 대표는 1년 전쯤 ‘산에산’을 오픈했다. 삼청동이나 인사동처럼 특색 있는 음식 문화 거리를 만들리라 다짐했다.

그의 포부답게 산에산은 특별한 점이 많다. 밖에서 보면 크기가 아담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화장실도 작은 문이 달려 있지만, 여는 순간 테라스 같은 넒은 공간이 나타나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된다.

기존 라이브 무대가 있었던 자리는 미술학도였던 박 대표가 갤러리 존으로 활성화시켰다. 작가들은 산에산 갤러리 공간에 대관료 없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산에산’ 음식의 특징은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앞서 다른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주변 식당이 손님을 끌기위해 경쟁적으로 조미료를 쓰는 동안에도 뚝심으로 버텼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이를 알아주기는커녕 ‘맛이 떨어졌다’ ‘입맛에 안 맞는다’는 등 항의를 했다.

매출은 뚝뚝 떨어졌다. 몇 년을 버티니 그제야 사람들의 입맛이 돌아왔다. 매출이 다시 올라오는 것을 보고 박 대표는 자신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성격상 남이 하는 그대로는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잘 못하고 있는 것을 따라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 700도 화덕에서 10분이면 고기가 70% 정도 익은 상태로 나온다. 이를 썰지 않고 통째로 내어 다시 불판에서 구워서 먹는데, 박성한 대표는 이것도 ‘고기 육즙을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방법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박 대표가 정성스럽게 고기를 커팅해주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산에산 주방 옆에는 가지런하게 패놓은 참나무 장작이 보인다. 그 옆에는 박 대표가 개발한 가장 특별한 기계가 작동되고 있다. 직화고기를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한국인들을 위해 만든 발명품이다.

불편하고 위생적이지 못한 옛날 방법 대신, 박 대표는 불에 고기가 직접 닿지 않으면서도 기름이 다시 들러붙지 않도록 짧은 시간에 구울 수 있는 고온의 불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열심히 정보를 수집했지만 주위에선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들려왔다.

박 대표는 “이럴 바에야 그냥 내가 만들자” 싶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도자기를 굽듯이 고온의 열기로만 고기를 구워내는 기계다. 설계는 나왔지만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용접기술자를 고용해서 직접 같이 작업에 들어갔다.

불의 열기는 장작으로 조절 가능하도록 했고 400도 정도의 온도가 필요하다 싶어 500도까지 표시가 가능한 아날로그 온도계를 장착했다. 드디어 시동을 걸어본 순간 그는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필요한 온도는 400도인데 기계의 온도계는 500도를 넘더니 뱅그르르 한 바퀴를 더 회전했던 것이다. 이렇게 세상에 단 2대뿐인 700도 화덕이 탄생했다.

고기를 구울 때 “뒤집지 말라”는 말을 한다. 고기의 육즙을 지키기 위함이다. 박 대표의 화덕은 500~700도의 강한 열기로 단시간에 생고기의 구석구석을 굽는다.

고기를 뒤집지 않아도 상하 좌우가 골고루 조리된다. 또 고기 표면이 누룽지처럼 코팅돼 고기 육즙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직화 고기의 특징인 나무 타는 냄새도 그대로 살아 있다. 불 조절 연료로 100% 참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향긋한 천연 참나무 향이 고기에 배어든다.

과연 고기 맛은 어떨까. “재료의 본질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깨끗한 느낌이 드실겁니다.”

고기 맛은 그대로 살리지만, 찍어먹는 다양한 종류의 특제소스가 있어 맛의 풍미를 더한다. 통삼겹 립삼겹 목살 양갈비 생오리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참나무 장작 바비큐로 맛볼 수 있다. 고기는 주문 후 10분이면 다 구워진다. 막 구워진 고깃살에 군침이 당긴다.

어느 것 하나 본질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고 접근한 박 대표의 ‘산에산’. 조미료에 입맛이 둔해졌다고 느끼거나 700도의 깔끔한 고기 맛이 궁금한 사람, 도심을 벗어난 여유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찾아가도 좋을 듯하다.

▲ 화덕의 500~700도 열기로 단시간에 구운 고기. 통삼겹 립삼겹 목살 양갈비 생오리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특제소스에 찍어 먹을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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