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KB국민카드 본사 앞에서 개인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 소송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용카드 해지,불매 선언 절단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출처: 연합뉴스)

카드 불법 마케팅 조짐 등 곳곳서 부작용 나타나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카드 3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 정황이 밝혀진 지 한 달째. 이들 3사의 카드 해지와 탈회, 재발급 신청이 일단락되면서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하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3사에서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된 직장인 A씨는 최근 부쩍 늘어난 스팸문자에 부아가 치민다. 이전까지는 3일에 한 번꼴로 오던 스팸문자가 지금은 하루에 한 건 이상씩, 시도 때도 없이 오고 있다. 특히 대출 관련 내용이 늘었다. 그는 “카드사 정보유출 이후 스팸문자가 더 많이 온다”며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것은 아니지만, 스팸문자를 받을 때마다 불안하고 피해를 본 기분이 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스팸문자와 각종 스미싱 시도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해당 카드사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유통되지 않아 2차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스팸문자에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4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나흘간 접수된 스팸문자 신고 건수는 102만 467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 달간 접수된 신고 건수(260만 3157건) 중 39%에 달하는 수치다. 정보유출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달 첫째·둘째 주 신고 건수는 각각 22만여 건에 불과했다.

스미싱 건수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탐지된 스미싱 문자는 4만 9651건이다. 이 가운데 금융사를 사칭한 스미싱은 3269건이며, 특히 절반 이상이 지난달 21~28일에 집중됐다.

이번 사태로 카드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5일 업계 수위의 카드사 소속 카드모집인 B씨는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음에도 카드 자체에 대한 불신 때문에 지난달 실적내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카드를 만드는 회원에게 5만 원 현금지급 등의 마케팅을 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모집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연회비의 10%가 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보가 유출되지 않은 카드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사이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카드 불법모집을 막는 일명 ‘카파라치’ 제도 도입과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개인신용등급 6등급으로 강화되면서 이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이번 사태는 모집인들의 한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특히 정보 유출 카드 3사는 오는 17일부터 3개월간 영업정지가 예고돼 있다. 이렇게 되면 신규회원 모집과 신규대출이 중단된다. 카드 모집인들은 카드사에 소속돼 신규 회원을 유치하고 수당을 받는 만큼, 이들 카드 3사에 소속된 4000여 명의 모집인들은 영업정지 3개월 동안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생계형이 대부분인 모집인 상당수가 다른 카드사로 이적하거나, 보험·대출 등 타 업권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카드사용액 증가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질 정도로 업황이 얼어붙은 데다, 이번 정보유출 사태로 카드업계 마케팅 활동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승인금액은 514조 1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최저치며,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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