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교 서품식에서 유경촌 주교와 정순택 주교가 바닥에 엎드려 성인 호칭 기도를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가 8년 만에 주교 서품식을 가졌다.

서울대교구는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유경촌(51, 세례명 티모테오) 주교와 정순택(52, 세례명 베드로) 주교의 서품식을 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30일 두 사람을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임명했다.

이날 서품식은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하고 한국천주교 주교단이 공동 집전했으며,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 등 1만여 명이 참석해 새 주교 서품을 축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또 정순택 주교가 몸담았던 가르멜수도회의 여러 관계자들도 외국에서 정 주교의 서품을 축하하기 위해 입국했다.

서울대교구의 새 보좌주교 서품식은 2006년 조규만 주교의 서품식 이후 8년 만이다.

두 명의 보좌주교 서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지난 2002년 염수정 추기경과 이한택 주교(전 의정부교구장)의 주교 서품식 이후 12년 만이며 한국 천주교회 사상 두 번째다.

▲ 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유경촌 정순택 주교 서품식을 축하하기 위해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주교 서품식은 제1부 주교 서품 미사와 제2부 축하식으로 이뤄졌다.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은 훈시에서 “주교직은 영예가 아니라 임무를 나타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주교는 지배하기보다는 봉사해야 한다. 큰 사람은 작은 사람이 돼야 하고, 으뜸이 된 이는 봉사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은 “한국천주교회는 1784년 정식 설립돼 올해 230주년을 맞았다”면서 “두 사람이 한꺼번에 주교 서품을 받는 게 세계적으로 드물다. 230주년 되는 해에 두 분 주교가 한자리에서 서품을 받는 것”이라며 기뻐했다.

정 추기경은 “자신의 몸을 불태워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되자”며 “우리도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며 빛을 발하자”고 격려했다.

강우일 베드로 주교(한국주교회의 의장)는 “두 분 주교를 축하해야 할지 애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말문을 열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강 주교는 그러나 주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요구했다.

강 주교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 2천 년을 살면서 경험과 지혜는 커졌지만, 교회의 몸집이 커지면서 오랜 관행으로 고집이 세어지고 유연성이 없어졌다”며 초기의 모습과 달라졌음을 지적했다.

그는 “교회에 세속의 모습이 덧칠됐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이 교회의 진짜 모습이라고 착각하고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며 “복음적인 채색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제단을 대표해 축사를 전한 김태근 베드로 신부(명동대성당 부주임)는 “청마의 해를 맞아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두 사람의 주교 서품을 축하했다. 김 신부는 두 주교에 대해 재미난 일화를 소개하며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다.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주교 서품식 준비위원장)는 “8년 만에 쌍둥이 동생이 생겼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경촌 주교는 답사로 “복음 안에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자 성찰하겠다”며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니 기도를 많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순택 주교는 “이번 소임은 뜻밖의 소식이었다”면서 “부족함 많은 저를 불러주시고 멀리서 와서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답사를 전했다.

▲ 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유경촌 정순택 주교 서품식에서 제1부 주교 서품 미사가 끝난 후 사제단이 퇴장하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맨 앞)의 뒤를 유경촌 주교(왼쪽)와 정순택 주교(오른쪽)가 따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유경촌 주교는 1992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 상트게오르겐 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 주교는 서울대교구 목5동성당 보좌신부와 가톨릭대 교수, 통합사목연구소 소장 등을 거쳐 작년 8월부터 명일동성당 주임신부를 맡아왔다.

정순택 주교는 가르멜 수도회 소속으로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가톨릭대 성신교정에 편입해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6년 가르멜 수도회에 들어가 1992년 종신 수도서원을 했으며 2000∼2004년 로마교황청 성서대학에서 공부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정 주교는 가르멜 수도회 인천수도원 부원장 겸 준관구 제1참사, 한국관구 제1참사를 거쳐 2009년부터 가르멜 수도회 로마 총본부 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최고평의원을 맡아 왔다.

이날 주교 서품으로 한국 천주교는 현직 주교가 24명으로 늘었으며, 은퇴주교 12명을 합치면 주교는 모두 36명이다.

한편 6일 오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서울대교구 소속 26명의 부제 서품식이 거행된다. 7일에는 서울대교구 사제 서품식이 열린다. 이날 36명의 부제가 염수정 추기경에게 성품성사를 받아 사제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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