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회개할 기회 스스로 박탈
세계기록유산의 의미는 알고 있는가

 
자자손손(子子孫孫) 물려주고 싶은 유산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집안 대대로 그 가풍을 이어가는 것부터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이름을 남기는 것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말 그대로 그것이 칭송받는 일이라면 말이다.

세계 각국이 발 벗고 나서서 자신들이 가진 문화나 자연경관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것도 자국 문화의 우수함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자자손손 그 영광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오늘날에 되살리고 그 가치와 의미를 알리는 것 그것이 바로 세계문화유산 그중에서도 세계기록유산이 갖는 의미일 것이다.

유네스코는 1992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 MOW)’이라는 사업을 설립했다. 기록유산의 보존에 대한 위협과 이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고, 세계 각국의 기록유산의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사업은 세계의 기록유산이 인류 모두의 소유물이므로 미래세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이를 보존하고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또한 기록유산에 담긴 문화적 관습과 실용성이 보존되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세계기록유산이란, 유네스코가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선정하는 문화유산으로 1992년 유네스코에서 유네스코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인 세계기록유산사업을 창설, 1995년 세계기록유산 등록 선정기준에 합의하고 등록제도 창설을 권고한 후 1997년부터 2년마다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 정기총회를 개최해 선정 대상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이란 무엇이며 그 기준에 합한 것은 어떠한 것인가. 최근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지란(知覽)특공평화회관이 태평양전쟁 말기 가미카제(神風) 자살특공대로 동원됐던 대원들의 유서 등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란은 전쟁 중 육군소년비행단 훈련학교 등이 있던 곳으로 일본군은 전황이 불리해지자 이곳을 육군 최후의 특공기지로 삼아 자살특공대원들을 태운 전투기를 대거 출격시킨 바 있다.

현재 미나미큐슈(南九州)시 소재의 지란평화회관에는 자살특공대원의 유서, 사진 등 140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본인 이름 등이 확인되고 직필로 쓰인 유서와 편지 등 333점을 2015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교토부() 마이쓰루(舞鶴)시도 일본 패전 후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일본군 포로·인양 관련 자료를 다음 달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범국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참회도 회개도 없이 그 전쟁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고 하는 의도를 아니 그 심보를 알 수가 없다.

오랜 역사를 자부하면서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기록물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세계를 상대로 또 한 번 문화적 침략행위를 일삼는 것인가.

조국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희생당한 어린 청년들의 영혼마저 또 한 번 희생시키려는 것인가 아니면 전범국가로서의 그 허물을 또 한 번 세계만방에 드러내려는 목적인 것인가.

인류 앞에 역사 앞에 참회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스스로 박탈해버린 민족. 그 민족 앞에 진정한 회개의 날이 도래할지는 일본 정부의 행보에 달려있음을 그들 또한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혹여 일본의 바람대로 가미카제 자살특공대 대원들의 유서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하자. 어쩌면 이 기록물은 그들의 바람대로 가치 있는 기록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전범국으로서 그들이 얼마나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는지 상기시키는 역사적 교훈으로서의 가치일 것이다.

일본이 인류 앞에, 역사 앞에 저질렀던 만행은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주홍글씨임을 외려 전 세계에 알리는 꼴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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