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원장

개신교의 성장과 종교편향

▲ 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1970년대 경제 성장기는 개신교의 양적 성장기이기도 하다. 급속히 근대화되던 시기 농어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든, 마음 둘 곳 없던 70년대 노동자들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문명적 이미지를 지닌 기독교회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한국개신교 대형화의 기초가 닦였고, 주류 세력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92년에는 개신교인 김영삼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청와대에서 예배를 보는 일도 생겼다. 청와대라는 공적 장소에서 개인적 종교 행위가 이루어지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사회문제가 될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문제는 1990년대 후반 개신교의 세력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생겨났다.

개신교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사회적으로 개신교의 배타성을 다시 배타하는 반개신교적인 흐름마저 조성되자, 보수 개신교 지도층은 교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경직되었다. 사회에 대한 좀 더 공격적인 선교를 통해 개신교의 양적 확장을 도모하려는 분위기가 커졌다.

개신교 장로였던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시절 보수 개신교 지도자들은 서울시장을 이용해 개신교의 세력을 확장하고자 했다.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서울시장이나 ‘포항성시화’를 도모한 정장식 전 포항시장의 발언 등이 불교계를 자극하고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도리어 보수 개신교 지도자들은 힘을 모았고, 급기야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이들의 도움으로 출범하게 된 현 정부는 태생적으로 보수 기독교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동시에 보수 개신교 지도자들은 현 정부의 출범을 개신교의 확대를 위한 호기로 간주하기도 했다.

대선을 전후해서 개신교인 공직자들에 의한 교회중심적, 종교편향적 발언들이 유례없이 쏟아져 나오게 된 것도, 그동안 개신교가 세속 권력과 누려왔던 밀월 관계가 사회화 하면서 드러난 힘을 배경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정치와 종교의 밀월관계

이러한 현상에는 한국개신교가 처한 사회적 위기 상황이 놓여있다. 그 위기 상황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서 온다.

주지하다시피 세속화한 근대 사회에서 종교는 개인적 자유와 양심의 영역 안에 있는 것이고, 정치 내지 세속 권력과 분리되는 것이었다.

공적인 권력을 이용해 사적인 신앙의 확대를 도모하거나, 그 과정에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반종교적인 행위일 뿐더러, 갈등과 충돌, 더 나아가 전쟁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위험한 행위이기도 하다.

수직적 전제 군주 시절이라면 모를까, 수평적 개인 사회에서 종교가 권력의 힘을 빌려 세를 확장하려는 것은, 그 종교의 내실이 빈곤해져 가고 있음을 스스로 증언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공권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종교편향 현상은 기존의 선교 방법으로는 더 이상 양적 확장이 어렵다는 것을 기독교도 자신이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권력을 이용해서라도 양적 성장을 도모해 보려는 마음이 들 법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큰 눈으로, 정말 종교적인 눈으로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 예수가 언제 권력을 이용한 적이 있던가.

기독교의 세 확장을 위해 권력을 이용하다 보면 마술사가 마술로 만든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되는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반종교적인 행위로 종교를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