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두부가 기원전 2세기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처음으로 만든 것이라는데, 이 관점은 원ㆍ명ㆍ청나라 시기에 광범위하게 유전된 것으로 영향이 매우 커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사람이 이 의견에 찬동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李時珍)이 1596년에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이나 우리나라 황필수가 1870년경에 쓴 <명물기략(名物紀略)>과 <재물보(才物譜)>에 “두부(豆腐)는 기원전 2세기경 한무제(漢武帝) 때 손재간이 좋았다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기록되었다.

물론 우리의 고전(古典)에는 <본초강목>의 “두부를 만드는 방법은 전한 회남왕 유안에게서 시작되었다(豆腐之法, 始于前漢淮南王劉安, 권25 참고)고 하였다”라는 근거로 쓰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두부의 발상지라 할 중국의 안휘성(安徽省) 회남시(淮南市)에 유안의 무덤이 있고 그 인근에 두부의 발상지라고 적힌 비석이 서 있다.

한편 회남시에서는 지금도 유안의 생일인 9월 말에 두부의 종주국임을 주장하며 두부제를 열고 있다. 과연 두부가 중국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기원전 2세기 회남왕 유안이 처음 만든 것일까? 문헌적 근거를 토대로 살펴보기로 하자.

1940년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에서 출판한 <중국화학사(中國化學史)>에서 작자 이교평(李喬苹)이 ‘두부의 시작’이라는 절에서 두부를 유안이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논증했다.

여기서 인용한 사료는 <천록식여(天祿識餘)>에 기재된 “두부의 기술은 하, 상, 주 삼대를 전후해서는 이러한 음식물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한 회남왕 유안에 이르러 그 기술이 처음으로 세상에 전해졌다(豆腐之術, 三代前後未聞有此物, 至漢淮南王安始專其術于世)”는 기록이다.

이 외에도 적지 않은 식품 요리 역사의 저작과 문장 속에 유안이 처음으로 두부를 만들었다는 설들이 줄곧 흥미진진하게 다루어져 왔다. 이를 논증하는 자료는 상술한 두 서적 외에 뜻을 곡해하면서까지 근거도 없이 조작한 저술도 허다하다.

 

어떤 저자는 일찍이 유안이 두부를 처음으로 만든 일은 그 본인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에 명문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회남자>를 전부 조사하였으나 유안이 두부를 발명했다거나 혹은 두부와 관련된 기록은 없었다.

<회남자>를 통틀어 제14권에만 ‘두(豆)’자가 딱 한번 나오는데 이 ‘두’자도 결코 콩과 식물을 가리키는 두(豆)가 아니라 고대 식기의 일종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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