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머니에 ‘福’ 담다… 길상ㆍ장생 상징 문양도 수놓아
[기획] 주머니에 ‘福’ 담다… 길상ㆍ장생 상징 문양도 수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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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쌈짓돈도 복주머니
새해 맞아 복 기원하는 선물
조선 왕실서도 복주머니 나눠
십장생ㆍ불로초ㆍ국화 등 자수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예부터 우리 민족은 정월의 첫 해일(亥日)이나 첫 자일(子日)에 복주머니를 차면 일 년 내내 좋지 않은 기운을 쫓고 만복이 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친척이나 자손들에게 주는 새해맞이 선물로 ‘복주머니’를 나눠 줬다.

‘쌈지’는 ‘작은 주머니’
한국 할머니들은 아들ㆍ손자ㆍ손녀에게 쌈짓돈을 준다. 외국인이 더 많기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는 쌈지길이 있다. ‘쌈짓돈’과 ‘쌈지길’에서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쌈지’다. ‘쌈지’는 담배, 돈, 부시 따위를 싸서 가지고 다니는 작은 주머니로, 가죽이나 종이, 헝겊 등으로 만든 것이다. 또 ‘주머니’는 무엇인가를 담기 위한 물건이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쌈지와 주머니는 같은 말이다.

주머니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삼국유사> 경덕왕조에 “돌날로부터 왕위에 오를 때까지 항상 부녀의 짓을 좋아해 비단 주머니 차기를 좋아했다”는 내용이다. 또 <고려도경> <조선왕조실록>에도 주머니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머니는 한자로 낭(囊)이나 협낭(狹囊) 등으로 표기됐으며, 고어로는 나맛, 나맟으로 표기했다. 방언으로는 조마니, 주먼치, 개쭘치, 조마이, 주머이, 주먼지, 주무이, 줌치, 안집, 개와속 등으로 불렸다.

‘福’ 담아서 ‘복주머니’
우리 민족은 ‘복(福)’을 불러들이기 위해 ‘주머니에 복을 담는다’는 의미로 복주머니를 만들어 선물해왔다. 주머니는 작은 물건이지만 만드는 데 정성이 가득한 선물이자 아기자기한 장신구이면서 부적과 같은 의미가 있어 매우 귀하게 여긴 선물이었다.

농경문화권에서는 볶은 콩 등의 곡식을 주머니에 담아 허리춤에 달았다. 이는 곡식이 복록의 근원임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또 정월의 돼지날과 쥐날에도 복주머니를 주고받았는데, 돼지와 쥐가 십이지(十二支)의 끝과 처음에 해당해 이날 주머니를 만들거나 차면 한 해 동안 복록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민간 풍습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가례(嘉禮)나 정월의 첫 해일, 첫 자일에 종친과 신하들에게 복주머니를 나눠준 것에서 유래했다. 이때 주머니에는 볶은 황두(黃豆)를 홍지(紅紙)에 싸서 넣어 줬는데, 주머니에 갖가지 색실로 만든 끈을 꿰고 술을 길게 아래로 내려뜨려 마치 큰 나비가 기뻐 춤추는 것 같아 보였다고 한다.

지금도 종종 전통 한복에 주머니를 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한복에는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호주머니가 없어 따로 주머니를 만들어 차고 다닌 풍습을 따른 것이다. 한복에 달았던 주머니는 물건을 넣기 위한 목적보다는 새해를 맞아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복주머니였으며, 특별한 날 선물하기도 했다.

또 돌잔치나 회갑잔치에도 정성들여 만든 복주머니를 즐겨 선물했으며, 혼인한 새댁이 근친을 갔다가 시집으로 돌아올 때 시댁 어른들에게 손수 만든 복주머니를 선물하는 풍습도 자연스럽게 성행했다.

‘福’을 상징하는 문양 새겨
우리나라 전통주머니의 형태는 크게 귀주머니형, 두루주머니형, 직선주머니형, 사선주머니형의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복(福)’을 상징하는 다양한 문양(글자, 무늬 등)도 새겨있다.

수(壽)ㆍ복(福)ㆍ부(富)ㆍ귀(貴)ㆍ희(囍) 등의 글자나 십장생ㆍ불로초ㆍ박쥐ㆍ국화 무늬 등을 수놓았다. 이러한 문양을 새긴 것은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문양의 종류는 크게 동물문, 식물문, 길상어문, 기하학문, 장생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작은 주머니에 여러 종류의 문양이 복합적으로 사용됐다. 특히 이러한 자수․금박 문양 새기기와 매듭․술 달기 등은 주머니의 기능적 역할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한 장식적 역할에도 한몫을 한다.

日서 한국 보자기주머니 전시

▲ 한국자수박물관 일본 고려미술관 전시 모습 (사진제공: 한국자수박물관)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는 ‘한국 전통주머니’가 최근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한국자수박물관(관장 허동화)이 지난 1월 8일부터 일본 교토의 고려미술관에서 자수보자기와 조각보자기 등 전통보자기 40여 점과 두루주머니와 붓주머니, 수저주머니 등 주머니 25점을 오는 3월 30일까지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8년,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되는 것으로, 박물관 소장 주머니는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앞선 전시들을 통해 일본인들의 한국 보자기와 주머니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3월 2일에는 전시 부대행사로 허동화 관장의 ‘한국 보자기의 근원’에 관한 특별강의도 진행된다.

한편 한국자수박물관은 한일 양국의 우호증진과 한국문화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일본에서만 30여 회의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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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2014-04-29 16:59:45
우리나라 사람은 얼마나 복을 좋아했으면... 복 담는 주머니까지 만들었을까 ㅎㅎ

김지희 2014-02-03 20:18:06
우리네 풍습에는 다 뿌리가 있고 근본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구전에 등자아는 건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바라는 우리네 조상님들의 간절함을 느낄수있어 친근합니다

강율희 2014-02-02 16:06:45
복주머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름답고 정말로 복을 가져다줄것 같은 물건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