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7일 서울시 노원구 보건소에서 실시한 소아비만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석한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유전적 영향과 음식 섭취 과다, 운동 부족이 원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A(15)군은 요즘 입버릇처럼 “살기 싫다”고 말한다. 학교‧학원을 가면 친구들이 “뚱뚱하다” “찌질이”라며 놀리거나 시비를 거는 등 괴롭히기 때문이다. 152㎝에 69.5㎏의 소아비만인 A군에게 친구는 두려운 존재다.

학교에서 급식 먹을 때도 혹여 ‘아이들이 괴롭힐까’ 하는 두려움에 A군은 혼자 구석에서 밥을 먹는다. 그는 친구들이 자신의 배를 볼까 두려워 목욕탕도 가지 않는다.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유전적 요인 등으로 소아비만인 아이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외모에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에 소아비만은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 문제로 번질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

특히 소아비만이 대부분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60~80%에 달하고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고혈압, 지방간, 고지혈증, 당뇨병 등) 등이 소아기에 나타나 살찐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심각한 질병이 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교 758개교 학생 8만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년 발표한 ‘2012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비만율과 고도 비만율은 꾸준히 증가추세다.

전체 비만율은 2008년 11.2%, 2009년 13.2%, 2010년 14.3%, 2011년 14.3%, 2011년 14.7% 등 꾸준히 늘었다. 고도비만율도 2008년 0.8%, 2009년 1.1%, 2010년 1.3%, 2010년 1.3%, 2012년 1.4% 등으로 증가세다.

또 비만율을 늘고 있는 반면 학생들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조금 커지거나 제자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키(초 6 남)는 10년 전과 20년 전보다 각각 2.0㎝, 5.3㎝ 커졌으나 최근에는 정체 상태다.

2012년 기준 초6 남학생은 평균 150.6㎝(여 151.1㎝), 중3 남학생은 168.7㎝(여 159.3㎝), 고3 남학생은 173.6㎝(여 160.9㎝)인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연령대가 지난해보다 평균 키가 0.1∼0.2㎝ 그대로이거나 줄었다.

평균 몸무게도 최근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초6 남학생은 46.2㎏(여 44.2㎏), 중3 남학생은 61.6㎏(여 53.7㎏), 고3 남학생은 68.4㎏(여 56.2㎏)로 전년 대비 전 연령이 소폭 늘거나 그대로였다.

◆소아비만이 되는 이유와 심각성

내분비질환(갑상선기능저하증 등)으로 비만이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유전적 영향과 음식 섭취 과다, 운동 부족이 소아비만의 주원인이다.

한미영 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만인 소아의 가족력을 보면 부모 중 한 사람이 비만일 때 자녀가 비만일 확률은 40%, 두 사람 모두 비만인 경우 80%가 비만일 가능성이 있다”며 “형제가 비만이면 다른 형제가 비만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음식 섭취 또한 소아 비만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생후 1세 미만 아이가 울고 보챌 때마다 수유하는 습관은 소아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시기의 비만은 지방 세포 수를 늘리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쉽게 비만이 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5세 이후에는 ▲기름진 음식 ▲자극적인 음식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폭식 ▲급하게 먹는 습관 등으로 인한 음식 섭취 과다가 주원인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대부분은 움직이거나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아 비만이 더 심해진다. 게다가 우리나라 청소년은 과중한 학업부담으로 운동 시간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한 교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 소위 성인병이라고 하는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소아․청소년기에 생기기 때문에 소아 비만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비만이라 함은 단순히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체지방이 몸에 지나치게 쌓이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증가된 지방 세포들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킨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또 그는 “비만으로 인해 성조숙증과 성장 장애로 이어지게 된다”며 “소아 비만 환자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 자신감 부족, 운동 능력 저하 등으로 소극적이고 비사교적인 생활 태도와 우울증, 사회생활 부적응증으로 학교에서의 따돌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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