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강수경, 정현경 기자] 민족의 명절 ‘설’. 우리나라는 유교에 바탕을 두었던 문화라 설 풍습은 유교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다종교 사회를 이루고 있어 자칫 설 명절에 종교 차이로 인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럴 때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면 가족 친지 간 화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각 종교별 교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유교

우리나라 설 문화는 대부분 유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설날 문화는 차례‧세배‧떡국 등으로 대표된다. 유교에서는 음력으로 1월 1일 한 해의 첫 날 아침 자기 집에서 그동안 기제사로 모셔왔던 모든 조상에게 설날 음식을 올리고 새해 인사를 한다.

이 때 어린 남녀 아이들은 설빔을 입고, 차례 후에는 집안의 어른에게 새해 인사를 올리는 ‘세배(歲拜)’를 한다. 우리 선조들은 동네 어른이나 선생님, 선배에게도 동일하게 세배를 했다. 세배를 받은 어른은 덕담을 해주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절한 것을 칭찬하는 의미로 세뱃돈을 준다.

떡국은 설날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먹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설날 전날은 섣달 그믐날이라고 해서 수세(나이를 먹는 것을 막으려고 해가 가지 못하게 날을 새며 지키는 의식), 대나(잡귀를 쫓고자 북을 치는 것), 묵은세배(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등을 했다.

◆불교

새해를 맞는 우리는 설날 아침에 차례와 세배로 조상에 예(禮)를 다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가장 웃어른인 조상에게, 또 살아계신 웃어른부터 순서대로 차례와 세배를 드리는데, 불교 사찰에서도 우리의 세배 문화와 같은 통알(通謁)의식이 있다.

통알의식은 한국불교의 독특한 새해풍습으로 회자되곤 한다. 부처님께 먼저 삼배로써 새해인사를 올린 다음에 가장 어른인 스님부터 세배를 받는다.

차례(茶禮)는 유교뿐 아니라 불교 의식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백장청규(百丈淸規)>라는 책에는 차례의 뜻을 ‘한 솥에 끓인 차(茶)를 부처님께 바치고 또 공양드리는 사람이 더불어 마심으로써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되고, 또 절 안의 스님과 신자가 같은 솥에 끓인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질 요소를 동질화시키는 일심동체 원융회통의 의례’라고 설명하고 있다.

태고종 열린선원 법현스님은 “차례는 하늘과 조상에 차를 올리면서 드리는 예”라고 강조한다. 스님은 “신라 경덕왕 시절 충담스님이 부처님께 차를 올렸다는 기록을 비롯해 조상님 사당에 며느리가 차를 올리도록 한 고묘(告廟) 등 역사적 근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성경에 보면 구약시대에는 양이나 소를 잡아 하나님께 우리의 죄를 사해달라는 제사를 드렸다. 그러다 신약시대로 넘어오면서 예수님을 통해 죄 문제가 해결되어 제사를 개혁한 예배를 드리게 된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제사를 드리거나 제물을 먹는 것, 우상에게 절하는 것을 금하기 때문에 명절 때 조상님께 제사를 드리는 대신 예배를 드린다. 이 때 드리는 예배는 ‘추도(追悼)예배’라고 하기도 하고 ‘추모(追慕)예배’라고 하기도 한다.

기독교에서 드리는 추도예배는 조상을 제사하는 의식이 아니라 조상의 은덕을 감사하고 기리는 의미의 예배다. 또 사람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심판과 부활이 있어 천국과 지옥으로 감으로 생명의 부활을 통해 천국과 영생에 들어가기를 기원하는 예배다.

이날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부모님과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추도예배는 제사와 다르므로 제사음식을 마련하는 것처럼 특별한 음식을 마련하지는 않는다.

같은 기독교의 테두리 안에 있는 개신교에서는 이렇듯 조상 제사(차례)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반면 천주교에서는 조상 제사를 허용하고 있다.

처음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200년간은 제사가 미신적인 요소라고 하여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1935년 교황 비오 11세가 미신적인 요소보다는 부모나 조상에 대한 효도 때문에 하는 것이라 하여 제사를 허용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풍속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가톨릭은 그 나라의 고유한 풍속과 전통을 존중한다. 다만 극히 미신적이고 교리에 반(反)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금기하고 있다.

천주교인들은 유교식으로 제사를 드릴 수도 있고, 중앙에 십자가를 놓고 성호를 긋는 등 천주교 예식에 따라하기도 한다.

◆이슬람교

이웃종교 중에서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종교가 이슬람교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이슬람교와 무슬림(이슬람교도)이 늘고 있다. 이슬람교에서는 우리의 문화와 다른 몇 가지 금기사항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가 더러운 동물이라 하여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금기음식에는 돼지고기뿐 아니라 술, 비늘이 없거나 지느러미가 없는 물고기, 동물의 피 등이 있다. 그래서 고기에 피가 들어간 것은 피한다.

요즘은 ‘할랄(halal)’ 제품이라고 해서 이슬람 율법 하에서 무슬림(이슬람교도)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구분한다. 할랄푸드에는 식물성 음식과 해산물, 이슬람식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고기(주로 염소고기·닭고기·쇠고기) 등이 해당한다.

할랄 제품의 대부분은 음식류가 차지하고 있는데, 할랄푸드가 전 세계 식품시장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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