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학과 이일주 교수

엊그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인준에 찬성하고 있지만 야당들은 일제히 인준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인준여부는 국회 본회의의 표결 결과에 의하여 결정되겠지만, 이미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에게는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상(印象)이 이미 각인(刻印)되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은 0.1초 만에 결정되며 이 때 내린 결정은 그 뒤에도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하니, 긴 시간동안 진행된 청문회를 본 국민들에게 비춰진 국무총리 후보자는 어떤 모습일까?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그 정도면 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국무총리로는 부적합하다’고 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앞의 시각으로 보였다면 다행이겠지만, 뒤의 시각으로 각인되었다면 만일 국무총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다시 씻기 어려운 불명예를 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본래 각인(刻印)이란 인간이 지니는 학습 본성으로, 태어날 때부터 습득하여 영속적으로 가지게 되는 사고나 행동을 뜻한다. 부화장에서 병아리나 오리새끼가 태어나면 첫 번째 본 주인을 어미로 알고 졸졸 따라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태어날 때 처음 본 어머니의 모습이 일생동안 각인되어 그 행동이나 습성까지도 닮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녀에 비춰지는 부모나 제자에게 보이는 선생님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보이는 정치인들은 좋은 인상으로 각인될 때 가정이나 학교, 국가 사회가 바람직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부모가 자녀를, 선생님이 제자를, 정치지도자가 국민들을 부정적인 모습으로 낙인(烙印) 찍는다면 참으로 불행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래 낙인이란 쇠붙이로 만든 도장을 불에 달구어 주로 목재나 가구, 가축 따위에 찍는 것을 뜻하는데, 예전에는 형벌로 죄인의 몸에 찍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번 낙인을 찍어놓으면 평생 그 형체가 남아 있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인격을 가진 사람을 낙인찍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인간 발달의 초기 단계에 있는 영유아기 어린이나, 자아정체감을 확립해야 할 청소년들은 조그마한 자극에도 심리적 상처가 크게 나게 되므로, 다소 실수하거나 잘못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다. 기나긴 인생의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주하려면 태어날 때부터 좋은 모습으로 각인된 부모와 선생님과 사회의 격려와 배려 속에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열 번 이상 바뀐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모습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면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북돋아 줄 수 있는 행복한 가정, 즐거운 학교, 인정이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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