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화가(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며칠 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09’를 부부가 함께 다녀왔다.

많은 부스에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작가들을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화랑 주와 그림의 비전에 대하여 많은 대화를 하였다. 오다가다 아는 작가들도 많이 만났다.

해외 아트페어를 비롯하여 워낙 많은 전시를 보러 다니다 보면 독특한 그 무엇이 눈에 확 뜨이는 경험을 자주 한다.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하나를 이루는 그 미묘함이 발길을 멈추게 하는 그 독특함이란 바로 남이 쉽게 만들지 못하는 융합의 효과이다.

미술에서의 융합 사례를 한마디로 얘기하기는 쉽지 않으나 작가의 융합에 대한 개방성 내지는 이해도가 융합을 가능케 함은 분명하다. 작품은 작가가 만들기 때문이다. 몇 년 사이 이러한 융합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음은 이미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요사이 여러 가지 경로로 융합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 융합은 melt-in(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는 것)을 말한다.

2000년도에 나의 이메일 ID를 art6로 정하였다. 당시 나는 LG전자에서 경영혁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창조적 문제해결에 관심을 한창 가질 때였다.

그리하여, 내가 좋아하는 예술(미술)과 21세기 경영혁신의 대표적인 도구인 6시그마의 ‘6’을 합한 조어(造語)를 만들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예술과 과학의 결합이라고 평하기도 하였고 혹자는 어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하였다.

융합은 각각 강력한 뜻이 있으며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의 결합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글로벌 시티를 꿈꾸는 서울도 융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강대학교의 특강에서 서울시는 ‘컬처노믹스’와 ‘디자인’을 통해 서울을 명실상부한 문화 창의도시로 바꾸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지방의 모 도서관은 어린이용 책을 다량 비치하고 그림 동화실과 이야기 방, 멀티미디어 방 등을 갖추고 책 읽어주기, 독서지도, 아동작가 작품전시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소위 주먹밥, 비빔밥으로 상징되는 융합의 시대이다. 여러 가지가 어울려 독특한 맛을 내는 융합, 즉 남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내는 융합은 남이 모방하기 어려운 속성을 지닌다.

생각의 융합, 개념의 융합, 행동의 융합, 서비스의 융합, 방법의 융합, 기술의 융합, 산업의 융합, 학문의 융합이 그린(green) 경제 시대의 강력한 먹거리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내가 멤버로 있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학문 간 융합포럼에서 격주로 모임을 하는데 다양한 융합 사례가 공유된다.

나는 기술과 경영 부문 융합 위원이지만 미술을 하고 있음으로 인하여 명실공히 넓게 융합을 얘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예술을 빼고 창의성을 얘기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여된 느낌이다.

그래서, 경영을 얘기할 때 반드시 예술성을 강조한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원래 물리학에서 핵융합(核融合, Nuclear fusion)은 두 개의 원자핵이 같이 모여서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을 형성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때 관여하는 원자핵의 질량에 따라 에너지가 방출되기도 하고 흡수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원자핵을 서로 융합하게 하는 것은 아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이는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가벼운 원소가 융합해서 무거운 원소 및 자유 중성자를 만들 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융합하는데 필요로 했던 에너지 이상이다.

이러한 에너지 생성 과정, 즉 발열반응은 핵융합 반응이 스스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물리적인 이론을 미술에 적용하면 소위, 복잡계의 창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생각의 융합도 많은 에너지(생각의 비용)를 필요로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아주 쉽게 할 수도 있다. 만약, 창의성이 탁월하다면 말이다.

융합을 멋있게 하려면 평소 지녀온 타성을 넘어서야 한다. 영국의 시인 셀리(Shelley, 1792-1822)는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한편,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대부분은 물이 된다고 얘기하고 일부만이 봄이 온다, 꽃이 핀다고 한다. 그리고, 동그란 원을 보여 주면 초등학생들은 아빠의 대머리, 하느님의 눈이라고 얘기하고 어른들은 단순하게 까만색의 원이라고 얘기한다.

남과 다르게 세상을 보는 능력을 지녀야 융합을 이룰 수 있다. 창의성과 기회가 만나면 대박이 될 수 있다.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이 이미 40년 전에 미술, 음악, 디자인, 패션이 뒤섞여 발전하며 오늘날의 총체적인 문화 산업을 꽃피웠듯이 말이다.

한국의 작가들이 훌륭한 기회를 잡기 위하여는 바깥세상의 남들이 융합을 통하여 어떻게 성공하였는지를 열심히, 지속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자신의 다른 렌즈도 필요하고 남의 렌즈도 필요하다.

그래야, 한국 작가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KIAF가 동네잔치가 아닌 외국 관객이 넘실대는 국제 전시회(international fair)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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