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선거가 있는 해든, 없는 해든지 간에 매년 설날이 가까워오면 정치권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설 연휴 기간에 국회의원들이 귀향 활동을 통해 정치적 입장을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계기로서, 또 지역에서 떠도는 정부‧여당 또는 야당에 대한 여론을 청취해 와서 당에 전달하는 데 유용한 시기다. 연휴기간 중 귀향한 가족·친지, 이웃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데는 명절보다 더 좋은 시기가 없는데 그러기에 정치권은 여론몰이에 바쁘다.

설을 맞이해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귀향활동 지침을 갖고 가서 전달하기도 하는데, 특히 올해는 제6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새누리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아직 창당되지 않은 안철수 신당 측에서도 활동상이 크다. 심지어 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굳건한 국민 지지를 증명해보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고, 민주당은 박근혜정부의 국정 1년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선거 승리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정치권이 ‘국민을 위하네’ 목소리만 높이지만 정작 변하지 않는 정치 풍토다. 그래서 바른 정치, 새 정치를 내걸고 양당정치의 해소를 위해 창당 중인 안철수 신당의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의 발걸음도 분주한 편이다. 새정추는 지난 1월 21일 제주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3월말까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26일에는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로 부산을 찾아 공개간담회를 열고 창당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기도 했다.

새정추 측에서는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는바, 정당의 존속이 어디 당 자체의 의지나 욕심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정당 사상 단일 이름으로 가장 오래된 정당은 17년간 존속됐던 민주공화당이다. 미국의 민주당 180여 년, 공화당 160년, 대만의 국민당이 95년째 존속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정당이 20년을 이어가지 못했음은 그만큼 정당민주주의의 기반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고, 우리의 정당 체계가 정치 혼란기에서 심한 몸살을 앓았다는 증명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신당 창당을 발표한 새정추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 여망을 충족시키면서 그들의 바람대로 ‘100년 정당’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필자는 회의가 크다. 당장 새정추가 창당하고 지방선거에 뛰어들어 새누리당, 민주당과 함께 ‘삼파전’을 맞는다 하더라도 지방선거 자체에 도사리고 있는 정치적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 달리 모든 정치 작용이 중앙정치에 치중된 현실에서 볼 때에 국회 의석을 어느 정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갓 창당한 정당이나 군소정당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고 불리함은 알려진 사실이다.

국회 의석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양대 정당으로서 국정의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한다거나 또는 견제 세력으로서 지방선거에 임하는 목적과 당위성이 있다. 하지만 새정추가 급하게 창당돼 안철수 신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선거에 뛰어듦에 있어서는 2% 부족한 정당임을 알아야 한다. 이 경우 2% 부족하다는 것은 득표의 숫자상 2%가 아니라 기존 정치세력의 특성이 갖는 토양에서 2%가 모자란다는 뜻이다.

그러한 토양에는 우리나라 정당 정치의 현실이 여당과 제1야당의 양대 정당 중심으로 자리잡아왔음에 있다. 지금까지 어느 정당도 제3당으로서 굳건한 자리매김을 못해 도중에 사라졌음은 한국 정당사의 맥인 것이다. 사실 필자도 정당정치, 대의민주주의가 잘 되려면 양당정치보다는 다당제가 돼야만이 정쟁에 시달리지 않고 국민의 폭넓은 여론을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음을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 정서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 것도 한계인 것이다.

민심이 제대로 반영된 다원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는 구태 정치가 사라져야 가능하다. 착한정치 풍토가 뿌리 내리지 않는 한 새 정치는 아마도 요원할 것이다. 그 근저에는 정당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선진 외국의 경우처럼 대다수가 정당에 가입해 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제도로 흡수되도록 노력하는 데 비해, 우리 국민이 보이는 10%대에 점하는 정당 가입 숫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관심은 있지만 정당을 기피하는 태도가 문제다.

지난 19대 총선 전 창당 적기를 놓친 안철수 신당이 지방선거에 급하게 나서려 하는 자체가 모험이다. 더욱이 새정추의 윤여준 의장은 창당 후 17개 시·도지사 후보를 내야 한다는 입장인바 그래서 ‘우려半 기대半’이다. 지방선거 ‘1여 2야’의 삼파전에서 만약 신당이 광역단체장 한 석이라도 못 건져 대장정(大長征)의 동력을 잃는 결과도 상정(想定)해봐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담은 ‘100년 정당’이 될는지, 아니면 종이호랑이로 끝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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