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아이들 간에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소위 ‘왕따’)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이는 학교 폭력의 일종으로 간주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엄마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다. 바람직한 현상이 절대 아니고, 엄마의 따돌림이 곧 아이의 따돌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또한 큰 문제다. 그렇다면 혹시 내가 따돌림의 대상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 유형별로 살펴보자.

첫째, 소심한 성격의 엄마다. 사회적 붙임성이 부족한데다가 내가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엄마다. 또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자신감이 부족하기도 하다. 예컨대 나는 직장이 있어서 시간이 늘 부족하고, 집안 식구들이 많아서 외출이 어려우며, 나이가 적거나 많아서 대화 주제가 맞지 않을까 염려되는 등의 이유다. 그러다 보니까 스스로 알아서 먼저 자리를 뜨거나 어울리는 횟수를 줄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점차 다른 엄마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오히려 만남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비록 얼굴을 보지 못하더라도 휴대폰이나 SNS 등을 통해서 자주 교류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Out of Sight, Out of Mind!(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속담을 기억하자.

비록 내가 완벽하게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끈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 사람들은 노력하는 상대방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고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소심한 사람의 장점은 착하다는 것이다. 또한 비교적 남의 말을 잘 경청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인간관계의 숨겨진 달인이 될 수 있음이다. 그러니까 이제라도 열심히 안부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바란다.

둘째, 다혈질적 성격의 엄마다. 평소 열 번을 잘 지내다가 어쩌다 한 번 크게 소리를 질렀거나 화를 냈는데, 그 정도가 다소 심했던 경우다. 사람들은 나의 그때 모습을 자신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그러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점점 나도 모르게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상황으로 발전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믿을 만한 누구 한 사람이 절실하다.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차원에서 솔직하게 물어보자. 지금 현재 내가 따돌림의 대상인지 아닌지를 묻는다. 만일 실망스런 대답이 나오더라도 절대 화를 내면 안 된다. 그 순간 나의 다혈질적 이미지가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제부터라도 절대로 화를 내면 안 된다. 화가 나는 것 같으면 아예 그 자리를 피할지언정 감정적 흥분을 자제해야 한다.

대개 내가 화를 내는 순간은 아이들과의 비교 또는 나에 대한 비난 때문인데, 인생을 길고 멀게 보자. 그리고 말과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훈련을 하자. 한 번 틀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필요하다면 나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자. 사람들의 마음이 봄눈 녹듯이 녹아내릴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 다음 더 발전하고 성숙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오히려 열등감으로 뭉친 사람이야말로 마치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우면서 싸우거나 공격할 태세를 취한다.

셋째, 자기 주관이 강한 엄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아이를 키울 것이므로 다른 엄마들의 생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한편으로는 엄마들끼리 수다 떠는 것도 시간 아깝게 생각한다. 말하자면 자발적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셈이다. 이 경우 엄마의 주관적 괴로움이나 불편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들의 교류 집단에 속해있는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

아이와 나 둘 또는 셋만이 잘 지내면 당장 별 문제야 없겠지만, 사회성 향상 혹은 사회적 기술 습득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또한 아이 교육의 입장에서도 엄마가 다른 엄마들과 원만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상을 늘 생산적으로만 살아가는 것은 별로 재미없다. 소소한 어울림에서 작은 재미를 느끼는 것도 또 다른 행복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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