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정문.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오전 9시 30분에 시계가 멈춰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
중국 정부 “안중근 의사, 동양평화론의 창시자” 극찬
中 대표 겨울축제와 맞물려 오픈… 관심 증폭 예정
朴대통령 ‘안 의사 기념비’ 요청, 시진핑 ‘기념관’으로 화답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내가 죽은 뒤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중근 의사 뤼순감옥에서 최후의 유언 중.

일제강점기에 삼흥학교를 세워 인재양성에 힘쓰고 만주 하얼빈에서 “여러 해 소원한 목적을 이루게 되나니 늙은 도둑이 내 손에서 끝나는 구나”라며 적장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1879. 9. 2~1910. 3. 26) 의사.

동양평화론을 외치며 독립운동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안 의사의 의거를 기리는 기념관이 지난 19일 중국 하얼빈에서 개관했다.

그것도 안 의사가 이토를 처단했던 ‘하얼빈역’에서 기념관이 건립돼 그 의미를 더했다. 또 중국 정부는 안 의사를 ‘동양평화론의 창시자’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저명한 항일의사’라고 평하며 안 의사의 업적을 기렸다.

이번에 중국 하얼빈역에 건립된 안 의사 기념관은 의거 현장인 하얼빈역 1번 플랫폼 바로 앞에 있던 귀빈용 대합실을 일부 개조해 만들어졌다.

약 100㎡ 크기로 만들어진 안 의사 기념관은 안 의사의 흉상과 일대기, 사상 등이 담긴 사진과 사료로 가득 찼다. 전시 일부에는 한국어 설명도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기념관 내부에서는 관람객이 유리창 너머로 하얼빈역 1번 플랫폼에 있는 안 의사의 이토 저격 현장도 볼 수 있도록 개조됐다.

안 의사 기념관은 현재 세계 3대 겨울축제로 불리는 ‘하얼빈 빙설제’ 기간과 맞물려 개관해 관광객들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또 안 의사 기념관 개관과 함께 그동안 삼각형 모양의 타일로만 표시해 뒀던 저격 현장 천장에 ‘안 의사 이등박문(이토를 일컬음) 격살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한중 양국민이 공히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인 안 의사의 의거 현장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유관 기관에 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한일 양국 간의 협의로 기념관 건립 사안이 논의 됐고 기념관 공사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의 안 의사 표지석 요청에 시진핑 주석은 기념관으로 화답한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안 의사 기념관 개관에 대해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며 한‧중 양국에 항의하고 나섰다.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19일 한‧중 양국의 주일 대사관 공사에게 각각 전화해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또 다음날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며 논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하얼빈역 안 의사 기념관 건립은 역사 인식 문제로 갈등 관계에 있는 일본에 대해 한‧중이 공동 대응 성격을 띠고 있어 일본의 반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얼빈역 안 의사 기념관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반에 무료로 개방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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