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로 서른 살의 청년, 안중근이 1909년 10월 26일 조선의 초대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했던 중국 하얼빈 역 플랫폼 현장 바닥은 그 후 103년이 지나도록 붉은색 바닥 돌로 간단한 표시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현장의 천장에 ‘안 의사 이등박문 격살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라는 설명 문구가 걸려 있고, 현장이 훤히 내다보이는 역구내에는 중국정부가 세운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들어섰다.

200㎡ 규모로 꾸며진 기념관에는 안중근 의사의 흉상을 비롯해 그의 일생과 사상을 담은 사진, 자료 등이 전시됐고, 전시물마다 중국어와 함께 일부 자료에는 한글로 설명되는 등 잘 꾸며졌다. 지난 19일 개관한 이 기념관은 개관 2일째에 맞아 벌써부터 이 지역 시민과 하얼빈을 찾는 내·외관광객들로 붐비고 인기를 끄는 장소가 되고 있다는 현지 보도는 한국인의 긍지를 살리게 하면서도 뒤늦은 처리로 영웅에 대한 자괴감을 갖게 해준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 시 시진핑 주석에게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 표지석이라도 세워줬으면” 하는 요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라는 큰 화답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중국정부가 기념관내 안 의사 사진 아래 ‘동양평화의 창시자 안중근 의사’라는 문구마저 붙여놓았으니 국제사회에서도 안 의사의 의거는 평화를 위한 정의로운 의거로 인정되는 역사적 의미도 갖는다. 그런 입장임에도 일본은 아베총리의 신사 참배 등 제국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이번에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과 관련해 망언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0일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 중국뿐만 아니라 동양의 입장을 봐도 “이토 히로부미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짓밟은 원흉”이라는 사실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일본의 지도급 인사들은 과거 제국주의의 틀에 쌓여 역사를 왜곡하는 등 잘못을 일삼고 있다. 일본의 그릇된 역사 인식에 대해 국제사회가 나서서 우려하는 마당에 세계평화 질서를 위해 일본정부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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