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까지 훈훈해지는 추석. 들뜬 나머지 마음 놓고 행동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법 질서는 명절이라고 해서 결코 가벼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명절 때 저지른 실수로 법원에 출두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을 상기하고 적절치 못한 행동은 삼가야 하겠다.

◆“떨어진 과일 주워 담았을 뿐인데…”
야산에 올랐다가 탐스러운 열매를 보고 ‘슬쩍’ 하면 절도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몇몇 사람들은 “나무에 달려있는 것만 안 건드리면 되지 않느냐”며 가로수로 심어둔 은행나무를 예로 든다. 하지만 애초에 땅에 떨어져 있는 과실은 그 나무가 심겨진 토지 소유자(개인 또는 지자체)의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변명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1일 울산남부경찰서는 주인 동의 없이 야산에 떨어진 밤을 줍다가 적발된 A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경찰에서 “밤 농장인 줄 모르고 그냥 야산인 줄 알았다. 등산을 하다가 주워 담았을 뿐인데 가혹하다”고 주장했지만 수확철을 맞아 예민해진 농장주의 마음을 돌이키지는 못했다.

한편, 우리 민법은 잘못 알고 타인의 토지에 유실수를 심은 경우, 그 소유권자를 토지 소유자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나 가족이 심은 나무라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귀향 시 경비용역계약 꼼꼼히 확인해야
명절 때문에 오랜 시간 집을 비우다 보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빈집털이’다. ‘아파트 경비업체가 책임지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경비용역계약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서울고법 민사2부는 아파트 입주자가 추석연휴 동안 귀금속 등 고가품 도난사고를 책임지라며 아파트 경비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경비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아파트 경비용역계약에 ‘입주자는 현금·귀금속 등 중요 물품의 보관 사실을 경비원에게 알려야 하고 이를 안 지킨 경우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는 바, 이를 고지하지 않은 원고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꼼꼼하게 경비용역계약서를 확인하고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시댁과의 마찰, 이혼 사유 될 수 있어
시댁의 제사를 모시지 않는 경우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고 더 나아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부산지법은 집안 종손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명절 때 제사준비를 거들지 않고, 시부모에게도 소홀해 남편과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충분한 이혼 사유가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시댁 제사를 잘 모시지 않고 시부모를 냉대한 B씨에게 이혼 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아울러 시댁과의 관계개선 노력에 비협조적이었던 B씨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며느리가 시댁에 소홀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시댁과의 관계가 소원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 고부갈등을 ‘나몰라라’ 한 남편에 대해서도 결혼 파탄의 책임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은 “부인과 시댁 간의 관계개선 노력에 비협조로 일관해 온 남편의 잘못이 크다”면서 “결혼 생활의 파탄을 가져온 사람은 유유부단하게 행동한 남편”이라고 지적하며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음주운전, 동승자도 함께 처벌
성묘 후, 한두 잔 기울인 술잔에 기분이 좋아졌다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자신은 물론이고 동승자도 추석 내내 우중충한 기분으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하고 술을 몇 잔 받아 마신 C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C씨는 “성묘 후 어르신들이 강권해 소주 몇 잔 마셨을 뿐”이라고 강변했지만 면허취소 및 벌금과 음주전과를 ‘추석 종합 선물세트’로 받게 됐다.

아울러 음주 차량에 동승한 경우에도 책임을 물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음주상태인 친구가 운전하는 승용차 조수석에 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D씨에게 “음주상태인 줄 알고 동승한 이상 40%의 책임이 있다”며 보험회사에게 대폭 줄어든 보험금만을 지급하라고 명한 바 있다.

◆고스톱도 판돈 커지면 ‘도박죄’
형법 제246조는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단, 일시오락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절을 맞아 가족 간의 친목도모를 위한 고스톱이 ‘일시적인 오락’인지 여부는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결정된다.

지난해 대법원 3부는 추석을 맞아 판돈 1000원씩을 내고 1시간여 동안 ‘섰다’ 도박을 한 E씨 등 4명에게 “판돈이 75만 원이 넘는 점 등에 비춰 일시 오락으로 보기 어렵다”며 각각 벌금을 15만원 선고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점당 100원 정도의 고스톱은 도박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월 수입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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