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사별 가족 담당자 김미정 교수 인터뷰

▲ 세브란스병원 사별 가족 담당자 김미정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최근 유명 인사나 연예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적잖은 사람들이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다.

갑작스럽게 혹은 예고된 이별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의 죽음은 큰 고통이다. 이 같은 깊은 슬픔에서 남은 가족이 자연스럽게 헤어 나올 수 있도록 조언자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김미정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한 지 10년차인 김 교수는 4년을 호스피스 사별 가족을 상담해 왔다.

“최근에 유명하신 분들의 죽음을 보면서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일의 성격 때문인지 이별의 아픔을 당한 가족분들이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안타까웠습니다.”

현 한국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문화가 슬픔을 표현하기보다는 함구하는 쪽인데 이렇게 되면 마음의 병을 갖게 된다는 김 교수는 밝은 목소리로 무거운 주제의 중압감을 덜어줬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고인에 대한 슬픔을 입 밖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 분들도 많아요.”

보통 3개월 정도까지는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정상적인 증상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가슴앓이만 하고 충분히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면 오히려 1주기가 지나서 증상이 나타나 더욱 힘들어진다고 조언했다.

보통 슬픔이나 절망감 등 우울한 기분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에 빠진 것으로 간주하는데 사별을 당한 슬픔은 우울증과는 차이가 있다. 즉, 고인의 죽음을 곧바로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칩거하거나 고인이 올 것처럼 문을 잠그지 않는다거나 목을 조르는 꿈을 꾸는 등 죄책감에 시달리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면서 “이를 두고 주변에서 재촉하거나 문제를 삼지 말고 사별 당사자가 스스로 고인에 대해 정리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별 당사자가 슬픔을 빨리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고인의 유품을 대신 정리해준다거나 이사를 권하는 등의 도움은 오히려 해가 된다고 충고했다.

김 교수는 영상편지 제작을 함께 도왔던 환자 얘기를 꺼냈다. 꽤 오랫동안 암 투병을 해 온 젊은 남편과 아내 이야기였다. 부부에게는 9살, 5살 된 아이도 있었다.

“처음에는 젊은 나이에 아이들까지 있었던 그 분은 차마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시더라구요. 하지만 점차 마음의 준비를 해 나가면서 아이들에게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영상편지를 남기기로 하셔서 힘겹게 2편의 영상을 찍었어요.”

1편은 ‘할아버지의 삶’이라고 해서 할아버지 족보 얘기를 해주었고 또 한 편에서는 ‘아버지의 삶’이라는 타이틀로 자신이 태어나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얘기해주는 영상편지였다.

젊은 아빠는 “아빠는 이제 하늘나라에 갈 거 같아. 너희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야”라며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사랑한다는 말을 세 번 반복하며 영상편지를 마무리했다.

김 교수는 “이 영상편지가 이 분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니었나 후회도 됐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버지의 마지막 육성이 담긴 편지를 남긴 것이기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분들은 당사자나 가족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해 나간 경우였어요.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아버지의 아픈 모습을 알려주면서 갑작스럽게 충격을 주지 않았거든요.”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사별을 당한 가족이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사별 가족 스스로가 정리를 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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