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정초부터 해외 외유(外遊)하기 경쟁을 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 5명은 지난 4일 출국해 말레이시아 등을 닷새 일정으로 다녀온 데 이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여야 의원이 베트남·라오스 등에서 해외 농업기술개발센터를 시찰했다. 이에 뒤질세라 정무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이 12일까지 영국·벨기에·프랑스 등의 금융감독기구를 방문하고 돌아왔고,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도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새해에 국제 관계나 국정에 관한 계획을 뒷받침하고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국가발전이나 국민 편의를 위해 문제점들을 연구하며 입법 활동에 매달려야 할 국회의원들이 단지 회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1월에 해외출장을 많이 하고 있다. 1월에만 국회 16개 상임위원회 중에서 7개 위원회 40여 명의 의원들이 해외출장을 계획하고 있으니 위원회마다 입법조사를 위한 용도로 계획을 세웠다지만 단순한 외유성도 없지 않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의원들에게 외유성 출장 ‘금지령’을 내린 상태인데 이는 지금까지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업무보다는 관광 여행을 가미한 외유성이 많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이 자기 소관 업무에 대한 제도 마련과 개선을 위해 선진 외국의 사례를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한다면 국민이나 사회단체의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제도나 사례연구는 뒷전이고 외유성 관광을 마다않고 정초부터 외국 나들이에 경쟁하는 모양새이니 볼품사납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예산 편법 지출까지 했다니 문제투성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는 2014년 새해에 들어 해외 출장을 다녀온 국회 법사위, 농해수위, 정무위 등 의원들의 출장 여비가 2013년 예산에서 편법 지출됐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새해 예산이 의결되지 않아 국회의원들이 작년 12월 31일에 국회 내에 있었으면서도 2013년도 외국출장 예산에 대해 경비집행일을 연도 내에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작년 예산을 연도 내 집행한 것으로 장부상 돼 있어 예산회계법으로는 맞지만 실제와는 맞지 않다. 그같이 국회의원들이 예산 집행과정에서 꼼수를 보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처사로 시정돼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