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여러분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자녀에게 사과한 적이 있는가? 부모는 어른이고 권위가 있어야 하므로 자식에게 사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부모 역시 사람일진대 아이를 키우면서 늘 올바른 행동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자녀의 양육 과정에서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서 아이에게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 역시 소중한 한 사람의 인격체일진대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를 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아이에게 사과를 해야 할까?

첫째, 아이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오해나 성급한 판단으로 인하여 야단을 친 경우다. 둘째, 야단을 칠 때 부모가 몹시 흥분하여 화를 많이 냈거나 아이를 심하게 비난한 경우다. 셋째, 아이의 잘못한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체벌이나 혼내기 등의 경우다. 넷째, 아이에게 약속한 사항을 지키지 못한 경우다. 다섯째, 아이의 힘든 감정 또는 상황을 몰랐던 경우다.

만일 부모가 아이에게 적절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아이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이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오래 남는 것이 가장 큰 부작용이다. 어쩌면 아이는 평생 기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사과를 하면, 아이가 입었던 마음의 상처는 잘 아물 수 있다. 말하자면 부모의 사과는 아이의 무너진 마음을 복구시키고 치유하는 수술이나 약물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부모가 전혀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이 역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다. 부모를 그대로 닮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적절하게 사과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커 나가면서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고, 다른 사람의 억울함, 피해, 곤경 등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의 능력을 갖추며,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배려의 마음까지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과를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가급적 화가 가라앉으면 곧바로 하는 것이 낫다. 아이의 힘든 마음이 오래 지속되지 않게끔 하기 위함이다. 둘째, 만일 엄마가 순간적으로 잘못을 깨닫고 아이에게 사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 뒤로 미루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는 것이 좋다. 역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린 결과다. 셋째, 하지만 상황이 오래 지속된 경우에는 사과하는 타이밍을 잘 선택한다.

절대로 대충 혹은 흘리듯이 말하지 말고 아이에게 “엄마가 네게 할 말이 있다”라고 말을 꺼내면서 정식으로 사과한다. 아이의 눈을 쳐다보고 미소를 짓거나 또는 안타깝고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를 한다. 물론 사과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해 준다. 아이가 부모의 사과를 잘 받아들이면 사과하기를 종료한다.

그러나 혹시 아이가 여전히 화가 나 있는 등의 부정적 감정 상태라면, 사과의 말을 한 번 더 하거나 혹은 나중으로 미뤄서 재차 사과한다. 사과하기에 있어서도 아이의 감정을 배려함과 동시에 예의를 갖춘 사과를 아이에게 보인다고 생각하라. 또한 말로만 사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바로 잡는 것도 필요하다(예: 잊어버렸던 약속 사항을 이행하기 등).

사과할 때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가? 사과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미안해!”라는 말 한 마디에 아이가 그 이유를 알아차리기도 하지만, 간혹 아이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더 속상한지 혹은 부모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잘 모를 수 있기에 사과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따라서 “엄마가 미안해!”라면서 먼저 아이의 감정을 풀어주는 말과 함께 아이를 안아주거나 따뜻하고 포근한 미소를 보여 주거나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등의 비언어적 표현을 함께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에 곧바로 “아까 엄마가 너한테 욕을 해서 미안해!” 내지는 “아까 엄마가 큰 소리로 화를 내서 미안해!”라고 덧붙여주면 된다. 아이 마음속의 응어리는 봄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고, 부모-자녀 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사과는 결코 불필요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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