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2편 제작 소식을 듣게 되는 요즘이다. 대장금 1편이 2003~2004년도에 방송됐으니 꼬박 10년이 흘렀다. 당시 대장금에 말 그대로 ‘열광’했던 시청자들이라면 TV 화면을 가득 채웠던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잊을 수 없으리라.

요즘 영화 ‘변호인’이 관객수 800만을 돌파하며 세간에 화제다. 전두환 정권 당시의 부산 학림사건이 소재가 됐다. 공권력에 맞서 정의를 외치며 상기된 얼굴로 열연하는 송강호의 얼굴이 뇌리에 박힌다. 돈이고 뭐고 다 뿌리치고 법정에 나아가 ‘이게 맞지 않냐’고 소리치는 그 장면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을 떠나, 비록 허구라고는 하지만 고통을 당한 사람과 고통을 가한 사람이 여전히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대장금을 즐거이 시청할 때보다 마음이 백 배 천 배 무거워진다. 고문을 당한 사람은 있는데, 아무도 고문하지 않았다는 ‘현실’에 뭘 어찌해야 하나 암담해진다.

당시 대장금의 작가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것을 기억한다. “사실상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권선징악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이토록 큰 반응을 보일 줄 몰랐다”고. 옳은 것이 무엇인지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무뎌진 우리들의 모습이 나타난 건 아니었을까.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무엇이 나아졌고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대장금 2편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고 싶어 할까.

우리의 열망은 지금도 크다. 그런데 ‘타협’이라는 약에 중독된 듯 초라해진 현실이 우리 앞에 있다. 우리가 후대에 물려줄 것이 이것뿐이라면 영화의 결말보다 더 슬프다.

우리는 옳은 것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복잡한 논리는 일단 접어두자. 직관적인 양심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을까. 자극제는 이미 충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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