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일본인의 계획된 ‘여우사냥’에 의해 희생된 대한제국 첫 황후인 명성황후의 비극은 역사의 교훈을 준다. 대한민국의 대표 창작 뮤지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뮤지컬 ‘명성황후’가 작년 12월 대구에서 한 달 간의 특별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는 2월 14일 포항공연 개막을 앞두고 7일 인터넷 예매사이트 인터파크를 통해 첫 티켓 오픈했다. 그 결과 예매 랭킹 1위를 차지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데 지방에서는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역사의 교훈을 잊은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뮤지컬 주제를 공감하고 국민의 관심이 크다는 증거다.
사전에서 역사는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으로 정의된다. 지나온 일들이 기록을 통해 현재로 이어지고, 현재의 기술(記述)을 통해 또 미래로 전파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사실 그대로 기록되고 전해져서 국가나 개인의 흥망에 사초(史草)가 돼야 함은 마땅하다. 역사의 기록이나 해석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과 다르게 꾸며내는 왜곡성이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장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좌우이념 편향이나 왜곡문제를 비롯해 국정교과서로의 환원 움직임은 예삿일이 아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현행 초·중·고 교과서는 총 600종이다. 이 가운데 국정 39종(6%), 검정 62종(10%), 인정 499종(84%)으로 인정 교과서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학교 자율성과 학생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배우게 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점점 확대된 결과다. 전국 1794개 고교 중 보수 인사가 집필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유일하게 채택한 경북 청송여고마저 입장을 유보했으니 자칫하면 교학사 교과서 채택 제로현상이 나올 수 있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은 미래세대인 학생들의 사상과 행동에 막대한 영향력을 준다. 국민이라면 역사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여당에서 검인정교과서가 국민적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므로 국정교과서로 환원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데 반해 야당이 반대하고 있고, 학계에서도 대부분이 ‘국정교과서는 역사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가 어렵다’는 우려를 들어 부정적 시각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발전이 없다’는 말에서의 역사는 이념 분쟁으로 역사가 아니라 사실 그대로의 문제인데, 여기에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역사를 더욱 왜곡시킬 소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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