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개헌 논의가 새해 벽두부터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제5공화국 시절인 1987년 10월에 개정됐다. 그러다보니 26년이라는 시간적 경과에 따라 국민감정에 맞지 않는 규정이 있을 수 있고, 그 내용에서도 5년 단임으로 권력 집중 형태의 대통령 제도를 4년 중임제로 고치고 권력을 적절히 분산하여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향유하는 한편으로 정치제도, 경제제도 등 다분화된 현대 사회의 최고규범으로서 국민 공감의 완결판을 만들자는 의도에서다.

지금까지 개헌을 주장했던 정치인이나 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개헌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의 분산에 맞춰지고 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은 재임 중에 개헌문제를 끄집어내기가 스스로의 권위나 권력에 흠집 내는 모양새라서 개헌 자체를 기피하거나 다른 이유를 들어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라는 시기상조론으로 대응해왔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살리기 등이 우선이라며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개헌 문제가 분명히 현 대통령에게는 민감한 내용이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고 여야 정치권이 충실한 대화·논의를 거쳐야만 좋은 헌법으로 태어날 수 있다. 그러려면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적극 나선다 해도 임기 반환점을 도는 3년차 이후엔 추진력을 발휘하기에 한계가 있음은 학계나 정치권 등에서 동감하는 내용이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하려면 지금도 시기가 빠르지 않다는 게 일반 여론이고, 한 여론기관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개헌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음은 당면 문제라는 의미다.

국민의 의중이 개헌 쪽으로 쏠리는 가운데, 개헌 문제를 활발히 논의해야 할 장소는 국회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작년 제헌절에 ‘개헌이 필요하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은 뒤에도 개헌 의지 소신은 변함없다고 하면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자문위원회’를 이달 중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여야 개헌추진 의원모임에 116명이 참여하고 있는 등 정치권에서 개헌 움직임이 확고하게 보인다. 개헌은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침몰시키는 불랙홀이 아니라 소통과 국민 공감대 위에 연착륙을 한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상의 성공작이 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초기에 다루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과제라 할 수 있는 개헌 문제에서 논란 자체를 봉쇄하려 함은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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