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행역시(倒行逆施)’ 교훈 삼고
군자의 면모와 소통의 길 열어
오미락당당(午未樂堂堂)’
한 해 실현되길

 
매년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662)를 상대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과 투표를 통해 선정해 왔다. 지난 2012년에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의미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선정되기도 했다. 거세개탁이 선정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게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나타나는 일종의 권력누수현상(레임덕현상)이기도 했겠지만, 꼭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엔 왠지 석연찮은 부분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의 팽배, 좌우의 극심한 대립, 세대 간의 갈등, 계층 간의 불신과 불만으로 온 사회와 나라가 붕괴 직전까지 갈 지경으로 방치되고 있었으니, 어쩌면 거세개탁으로 2012년을 잘 지적하고 표현해내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문제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첫 해를 맞은 2013년에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가 관심이 가는 데는 바로 도행역시(倒行逆施,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라는 사자성어 때문이다.

탁하기만 한 세상을 좀 맑고 깨끗하고 새롭게 하기를 기대하고 새 정부를 세우고 지켜봤지만, 국민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정책과 고집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퇴행시켜 순리에 어긋나게 하고 말았다는 매몰찬 지적이다. 심지어 국정 전반에 있어 민주주의가 아닌 권위주의적 치행이 유난히 두드러졌던 한 해였으며, 지식인과 전문가들로부터는 온갖 악평을 감내(堪耐)해야 하는 한 해였으니, 대통령 자신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한 해였다고 감히 정리할 수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한국대학생 대자보 열풍을 소개하면서, 그 원인을 젊은 층의 권위주의에 대한 극심한 우려로 분석 보도했다.

이러한 나라 안팎의 분위기와 여론은 신년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으로 하여금 전격 기자회견을 자청하게 하는 이유가 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진단해 본다.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집권 2년차의 핵심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경제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면서 통일과 외교안보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불통 논란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는 통일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재치 있는 표현으로 친근감 있게 다가오려 애쓰는 모습과, “15년 전 억울한 민원, 소통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언 등으로 청와대의 문은 항시 열려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일단 불통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엿보였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국민들이 염려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원론적 회견이었다는 평가는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예부터 군자의 나라라 불렸으며 군자가 갖춰야 할 세 가지 덕목이 강조돼 왔다. 군자는 먼저 위엄이 있어 가벼움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보니 사랑과 관용이라는 면을 가지고 있고, 그런가 봤더니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치와 진리와 순리가 있어 듣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믿음을 주고 감동과 신뢰를 줘 듣는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머리를 숙이고 따를 수밖에 없게 해 왔으니 바로 군자삼면(君子三面)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가르침도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외교관계에 달관한들 집안이 늘 시끄럽고 안정되지 못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조선 오백년보다 긴 역사를 가졌고, 한 때는 삼국 중 가장 강한 국력과 해양문화까지 자랑하던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이유는 외교력의 실패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은 내부의 분열이었음을 역사는 알리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대한제국이 1905년 을사조약을 통해 외교권을 빼앗기고, 급기야 1910년 경술년 치욕스런 수치를 당한 데에도 시대를 읽지 못한 미련함도 있지만 당시 내부의 분열이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교훈을 되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나간 역사는 오늘을 사는 이 시대의 거울이기에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만 한다. 오늘날도 많은 지도자들이 있다. 자신의 실력과 지혜만을 의지하려 하지 말고 또 고집으로 하지도 말고, 제발 지나간 역사와 선인들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소통이기에 부탁하는 것이다.

올해는 청마의 해라 모두들 반기는 기색이다. ‘파발마(擺撥馬)’라 하듯, 예부터 말은 소식을 전해주는 등 사람에게 있어 매우 유익하며 꼭 필요한 동물로 늘 사람과 함께해 왔다. 이를테면 임금님의 교시를 전했고, 나라의 위급함을 멀리서도 달려와 알렸던 힘차고 빠르고 역동적인 동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올해의 청마는 소식 중에서도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영험한 동물로 모두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해 보이는 해이다.

격암 남사고의 격암유록이라는 비서에 보면, ‘진사성인출(辰巳聖人出), 오미락당당(午未樂堂堂)’이란 말이 나온다. 2014년 청마의 해가 오기 전 용과 뱀의 해 즉, 부패하고 타락한 탁한 세상에 성인이 출현해 많은 하늘의 일을 했으며, 이제 청마와 함께 이어 올 양의 해엔 집집마다 좋은 일로 즐거움이 넘칠 것임을 미리 예고해 놨음을 깨닫는다.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청마의 해, 이제 군자의 면모와 함께 소통의 길을 걷는 치리자를 기약해 보며, 국민은 자기 자리에서 자기 직분을 다함으로써, 청마가 하늘로부터 가져오는 좋은 소식을 기쁨으로 듣고 맞이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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