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무장지대 (사진제공: DMZ 국제 다큐멘터리)

지난 10월 중순 경기도 고양시에서 특별한 영화제가 열렸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비무장지대(DMZ)와 가까운 고양시 일대에서 제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열렸다.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이름이 주는 공간의 특수성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MZ가 점점 민간인과 가까워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관광, 자전거 대행진, 세계평화공원 건립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접목되고 있다.

강원도 철원 민간인통제구역. 그런데 민간인들이 옹기종기‘평화롭게’살고 있다. 한 주민은 북녘땅이 바로 코앞에 있지만, 전혀 무섭지 않단다. 오히려 군인들이 있기에 철원이 다른 지역보다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는 김량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경계에서 꿈꾸는 집’에서 실제 등장하는 주민의 말이다.

두 가지 깨달음에‘아~’하는 소리가 나온다. 하나는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에서도 민간인이 생활할 수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민통선 안이 무서운 곳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기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DMZ 관광을 독려하고 있으니 철원군 주민의 말처럼 ‘잘만 한다면’그리 위험한 곳은 아닌가 보다.

◆전쟁 속 평화의 싹

모 기업은 ‘60년 가까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청정지역 DMZ 생수’라며 자사 물을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 비무장지대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곳이 됐다. 어떠한 무장을 할 수 없는 이곳에선 말 그대로 군대가 주둔하거나 군사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도 가장 자연에 의한, 자연을 위한 곳으로 이름났다.

우리나라 비무장지대는 서쪽 예성강에서 개성 남방의 판문점을 지나 강원도 철원, 인제를 거쳐 고성까지 이른다. 그 길이만 250㎞ 정도요, 완충지대는 약 991.74㎢(약 3억 평, 1953년 기준)이었다. 이는 서울시(605.21㎢)보다 약 1.5배 더 넓은 면적인 셈이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이곳은 세계적인 자연생태지로 거듭났다. 아직 남북은 전쟁 중이지만 자연은 그 속에서 스스로 회복하고 평화를 싹 틔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포스트(post) 평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DMZ 면적이 줄고 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의 현재 총면적은 60년 새 43% 감소한 570㎢다. 북한이 1968년, 1986년 유리한 능선 고지를 차지하려 북방한계선을 밀고 내려오자 우리도 일부 남방한계선을 북진시킨 결과다. 더군다나 북한은 1986년 북방한계선 밑으로 내려오면서 최대 1만 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책선을 설치했다. 남쪽의 침입과 탈북자를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고라니, 반달가슴곰, 산양 등 희귀동물들이 고압선에 감전돼 죽는 피해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녹색연합은 “남북이 DMZ 공간을 잠식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면적은 반가량 줄었지만, DMZ의 의미는 작아지지 않았다. 문화행사를 통해 오히려 평화를 기원하는 우리에게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개막식 (사진제공: DMZ 국제 다큐멘터리)

DMZ엔 평화의 봄바람이 시나브로 불고 있다. 남북이 오랜 기간 대치하는 동안 그 시간을 담고 있으며, 또한 전쟁 속에서도 희망의 메시지가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과거 전쟁 당시만 하더라도 DMZ는 세계 각국에서 만든 무기의 성능을 시험해보던 곳이다. 갖은 군사 전략과 기술이 이뤄진 장소다. 지금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전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서 평화가 고요하게 찾아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DMZ연구소 함광복 소장은 “1953년 7월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휴전협정을 한 지 반세기 만에 나라 반쪽을 잃은 남북한은 반사적 이익으로 자연 생태계의 보고를 얻었다”고 설명한다.

어디 이뿐인가. 비무장지대 한가운데 들어선 궁예도성과 관방(關防) 유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DMZ는 자연 생태지와 더불어 거대한 역사유적지다.

또한 함 소장의 말에 따르면 철원에서 북한 노동당사, 한탄강 승일교 등 북한의 건축물을 볼 수 있으며, 철원 제일감리교회, 얼음창고, 동주금융조합, 철원역,월정역의 잔해가 널려있는 옛 철원읍 등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도시유적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철원은) 근·현대사의 내용을 속속들이 간직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토목사 박물관인 것”이라며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빚어낸 철원평야와 운석이 떨어져 파인 해안분지가 있는 지리학 교실이 되는 등 DMZ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김지윤 기자 jade@newscj.com
▶2편으로 이어집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