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신)에게 여자는 필요악일까. 이슬람 국가 곳곳에서 법도를 어기고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사람, 특히 여성들에 대해 명예 살인이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관습을 알리고 세계인들이 다시 생각하게 한 영화 ‘그녀가 떠날 때, 2012’를 소개한다.

 

▲ ‘그녀가 떠날 때, 2012’ (사진제공: 공식홈페이지)

제6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유럽영화상과 2011독일비평가 협회상 7개 부문 수상, 저먼필름 어워즈 2개 부문 수상, 2010 트라이베카 영화제 여우주연상…. 세계 영화제에서 무려 35개 부문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녀가 떠날 때’는 모슬렘 여성에 가해지는 ‘명예 살인’을 소재로 삼았다. 

명예 살인은 아랍권 또는 이슬람권 뉴스를 접할 때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성들은 이슬람 법도를 어기고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러한 관습 때문에 아랍권과 극소수의 모슬렘 여성은 늘 억압받는다. 영화 ‘그녀가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이스탄불에서 가정을 꾸린 터키계 독일 여성 우마이(시벨 케킬리 분)는 자기중심적이고 지나치게 가부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아들 챔(니잠 실러 분)을 데리고 독일에 있는 친정에 간다. 처음엔 우마이를 반기던 가족들은 가정을 뒤로하고 독일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치겠다는 딸이자 언니, 누나의 결심에 반대한다. 친정은 독일에 있으나 이슬람 율법을 지키는 가족에겐 우마이의 결심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가족들은 독일로 다시 올 수밖에 없었던 우마이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율법에 자유롭지 못해 결국 우마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족이 바라볼 때 우마이는 이기주의자다. 우마이로 인해 가족들이 곤경에 처하기 때문이다. 여동생은 언니가 가정을 버리고 왔다는 이유로 파혼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모님과 오빠, 남동생들도 친지와 친구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우마이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이혼 여성을 돕는 쉼터에 머무른다. 취직하고 학업을 시작하면서 희망을 키운다. 언젠가는 친정 가족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다시 받아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이는 그저 한낱 꿈일 뿐이다.

영화는 한 청년이 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여자에게 권총을 들이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려는 터키 여성과 체면과 주위의 시선으로 사랑하는 그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고뇌를 담아낸다.

여기서 많은 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알라(신)는 여성을 싫어할까.’ 그 답은 이슬람 경서인 코란경에 있다.

“알라께 복종하고 귀의하는 남녀, 믿음을 가진 남녀, 신앙이 독실한 남녀, 진실한 남녀, 신념이 확고한 남녀, 겸손한 남녀, 자선을 행하는 남녀, 단식을 하는 남녀, 정절을 지키는 남녀, 항상 알라를 기억하는 남녀에게 알라께서 용서와 커다란 보상을 마련하셨도다.”
코란 33:35

“남녀를 불문하고 선을 행하고 믿음을 지킨 자는 참된 삶이 확실히 주어질 것이며, 그들이 행한 바에 따른 최대의 보상이 있으리라.”
코란 16:97

코란은 남녀 모두 알라의 피조물로 동등한 가치와 존엄을 지녔다고 밝힌다. 그리고 위에서 보았듯 모슬렘이라면 누구든지 행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적어놓았다.

교육에서도 남녀가 평등하다. 이와 관련해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코란은 물론,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선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암송하고, 생각하고, 묵상하고, 배우도록 반복해서 가르치고 있다”며 “남녀 구분 없이 ‘지식의 탐구를 위해서라면 중국까지 가라’라는 유명한 구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여성 모슬렘의 인권은 서구보다 앞섰었다. 코란엔 여성을 보호하는 구절이 있다. 특히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 여성이 누리는 법적 소유권과 지위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기혼 여성이 개인 재산을 소유하고 타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선진적인 문화를 형성해왔다.

▲ ‘그녀가 떠날 때, 2012’ (사진제공: 공식홈페이지)

“이러한 특권이 주어지는 만큼 여성의 법적인 보호와 동등한 지위에는 책임의 완수라는 의무가 동시에 부과된다. 즉 여성의 과오에 대하여 꾸란(코란)은 남성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징벌을 명시했으며, 여성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남성과 똑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즉 꾸란 사회는 남녀동등을 장려하는 차원을 넘어 그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中

코란 곳곳에 여성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있음에도 현대 이슬람은 ‘왜 여성을 억업하고 있는가’란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성 억압은 코란에 의해서가 아닌, 이슬람 국가가 처해있는 사회적 관습과 환경에 관련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우마이의 가족은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라, 보호시설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다. 우마이는 그래도 부모님과 오빠와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하기를 바라지만 전통적인 관습 때문에 끝끝내 이루지 못한다.

여성 감독 페오 알라다그는 데뷔작인 ‘그녀가 떠날 때’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한 모슬렘 여성의 일생을 섬세하면서도 진중하게 다뤘다. 그는 “가족과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려 했던 여성들을 접하면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자에겐 늘 고통이 뒤따른다. 주인공 우마이는 전통적 관습에서도, 그 관습을 벗어나서도 고통을 받는다. 언제쯤이면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까.

영화 원제는 ‘이방인’으로 국내에선 ‘그녀가 떠날 때’란 이름이 붙었다. 영화에서 우마이는 네 번 떠난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친정에서, 보호시설에서, 그리고 친구 집에서 나온다.

이스탄불에서 떠나는 장면은 두려움 반, 기대감 반으로 새롭게 시작할 인생을 나타낸다. 그리고 친정에서 보호시설로 가는 장면에서는 가족에게 느끼는 미안함과 절망감이 흘러나온다.

우마이가 오빠를 피해, 보호시설에서 친구 집으로 피신하는 장면은 위기에 해당한다. 제 핏줄에게 목숨을 위협받으리라 생각지도 못했을 터다. 그리고 친구 집을 떠나 새 보금자리로 가는 것은 다시 일어서는,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그려낸다. 그러나 우마이는 곧 절망에 빠진다. 아버지 병문안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혈육에게 아들을 빼앗기고 말기 때문이다. 영원히 만날 수 없도록 말이다. 오열하지는 않는다. 우마이는 가족의 외면 속에서도 아들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그 끝은 허무함과 절망이다.

영화 밖의 모슬렘 여성 역시 마찬가지다. 강간을 당하면 피해 당사자가 명예 살인을 당한다. 집에서 반대하는 남자를 연모하는 것조차 허용이 안 된다. 물론 터키,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서 여성이 총리 후보로 출마하는 등 여권이 신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바꿔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슬프지만 크게 소리를 낼 수 없는 우마이의 눈물, 그 눈물이 맺히는 곳에서 모슬렘 여성들의 삶도 소리 없이 흘러내린다.

김지윤/ jade@newscj.com

▲ ‘그녀가 떠날 때, 2012’ (사진제공: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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