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도 광양현감이 유학 정운찬에게 내린 위촉 첩문인 ‘풍헌’은 세로 35㎝, 가로 41.7㎝ 크기이며 좌측에 광양현감의 수결(오늘날 사인)이 있고 현감 직인이 세 군데 찍혀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유학 정운찬에게 내린 첩문
지방자치제도 알 수 있어
유교의 이상세계 위해 설치

現 ‘면장’ ‘농촌지도소장’ 격
고을 수령 부정 비리 방지
면민들 고초 해결도 담당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조선말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알 수 있는 고문서 2점을 본지가 단독 입수했다.

상해 임시정부 국무위원 조경한 씨의 외손자이기도 한 향토사학자 심정섭(70, 민족문제연구소 자문위원) 씨는 자신이 소장 중인 조선말 지방자치제도 고문서 2점을 본보에 독점 공개했다.

공개한 고문서는 순조 2년 임술(1802년) 1월과 3월에 전라도 광양현감이 진하면(현재 진상면)에 거주하고 있는 유학(幼學) 정운찬에게 ‘풍헌(風憲)’과 ‘권농관(勸農官)’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의 첩문(帖文)이다. 첩문은 일명 체문으로 왕조 때 고을 수령이 향교 유생에게 유시하던 서면이다.

‘풍헌’과 ‘권농관’은 조선 시대 때 군수, 현감 등 고을 수령이나 아전의 부정과 비리를 막고 면민(面民)들의 고초를 해결하는 등 유교의 이상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설치한 지방자치제도의 일환이다.

‘풍헌’ 체문은 크기가 세로 35㎝, 가로 41.7㎝이며 ‘풍헌으로 사무를 위촉하니 속히 근무하라’는 현감의 지령이 담겨 있다. 풍헌은 오늘날 면장과 파출소장 같은 지위에 해당하며 당시에는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권농관’은 오늘날 농촌지도소장과 같은 지위에 해당하며 이에 따른 체문 크기는 세로 37.5㎝, 가로 39㎝ 규모다.

심 씨는 정치인이자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1536~1593)이 지은 성주본 송강가사 하편의 단가(短歌) 중 한 대목인 ‘재 너머 성권농(成勸農)집에 정좌수(鄭座首) 왔다 하여라. (중략) 네 권농 계시냐’를 인용하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훌륭한 지방자치제도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일본은 우리민족을 미개한 민족으로 취급하며 그 뿌리까지 말살하려 했다”며 “우리나라에는 ‘풍헌’과 ‘권농관’ 같은 훌륭한 지방자치제도와 유교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자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료 수집가로 알려진 심 씨는 그동안 모은 사료들을 엮어 내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맞아 세 번째 사료집 ‘일제의 순사들’을 발간할 예정이다.

▲ 전라도 광양현감이 유학 정운찬에게 내린 위촉 첩문 ‘권농관’은 세로 37.5㎝, 가로 39㎝ 규모로 좌측에 광양현감의 수결(오늘날 사인)이 있고 현감 직인이 세 군데 찍혀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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