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상욱 북중군묘지평화포럼 운영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종교人상 수상자 | 서상욱 북중군묘지평화포럼 운영위원장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영혼의 화해로 평화를 이룰 수 있지요.”

2013천지인상 종교인상 수상자인 묵개(黙介, 본명 서상욱) 선생의 지론이다. 경기도 파주시 금강사 행자(行者)인 그는 북중군묘지평화포럼 운영위원장이기도 하다. 6.25 전쟁 때 전사한 혼령들을 돌보는 봉사가 그의 일이다. 이른바 ‘적군묘지’라 불리는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북중군묘지에서 북한군, 중국군 전사자에 대한 위령 봉사를 해왔다.

북중군묘지는 6.25 전쟁 당시 전사한 북한군과 중국군 유해를 발굴해 안장한 곳이다. 제네바 협정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지난 1996년 6월 조성됐다.

묵개 선생은 포럼 회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묘역을 참배하고, 천도재 등을 지내왔다. 지난 7월엔 ‘영혼의 화해를 통한 평화·통일·상생 기원’이란 주제로 북중군묘지에서 임진평화제를 열기도 했다.

포럼과 그의 활동은 해외로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불렀다. 중국의 대련, 연길, 흑룡강 등 동북 3성 지역 방송국이 잇따라 방문해 화면에 담아갔다. 이들 방송은 적군 전사자에 대한 위령 활동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캐나다와 러시아에서도 일부 영화감독이 묵개 선생과 북중군묘지를 찾기도 했다.

“제 개인에게 주는 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묵묵하게 뜻을 같이해온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민간 차원의 위령 활동을 다른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을 때 천지일보에서 관심 가지고 보도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

북중군묘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방중 당시 중국군 유해 송환을 중국 측에 제안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양국 간 유해 송환 합의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 19일 묘지 개토와 함께 본격적인 유해 송환에 돌입했다.

“양국 정부가 합의해서 중국군 유해를 송환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좀더 격식과 의식을 갖춰서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담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춥고 외롭게 지내던 영혼들인데 굳이 추운 동짓날에 땅을 판 점은 아쉽다. 추후라도 유해 송환 때는 양국 국민이 예를 갖추고, 진의가 서로 전달될 수 있도록 형식을 더해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서상욱 운영위원장(왼쪽 앞)을 비롯한 북중군묘지평화포럼 회원들이 지난 6월 22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북중군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은 권철현 포럼 상임대표. (사진제공: 북중군묘지평화포럼)

유해가 다행히 발굴돼 북중군묘지에 안장될 수 있었던 숫자는 중국군 전사자를 합쳐 1100여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만 명이 넘는 전사자는 산과 들에 그대로 묻혀 있다. 이제 그들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게 묵개 선생의 생각이다.

“우리가 달래주고 마음을 더욱 써야 할 대상은 유해를 찾지 못한 영혼들이다. 그들을 위한 위령과 위로는 계속돼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점은 유해 한 구 한 구가 발굴돼 송환될 때마다 거기에 마음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묵개 선생은 올해 10월부터 임진강변에서 위령 기도를 올리고 있다. 연천 당포성에서 임진각까지 약 40㎞에 이르는 구간을 5구간으로 나눠 요일별로 한 구간씩 다니는 방식이다. 지난 7월 임진평화제가 끝난 뒤 포럼 회원들에게 “앞으로는 유골을 찾지 못한 자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민통선 안에 한국전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위령 시설을 만들고 싶다”며 “육근병 교수도 이 일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 연천 임진강변에 전몰자에 대한 밥 공양 시설을 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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