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부모는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 무엇을 해 줄 수 있고, 또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에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모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요 과제다.

지금까지는 대다수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공부를 많이 가르치고 대학교에 보내서 좋은 직장과 높은 보수를 받게 되는 것을 기대했으리라. 그렇지만 우리가 실제로 이 세상을 살아보니까 어떠한가? 과연 공부를 많이 한 사람 혹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만 성공하거나 행복하던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던데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이제라도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아이들이 성공하려면 ‘자기조절’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것은 지능과 학업의 영역이 아니라 성격의 영역이다. 기존의 고리타분하면서도 효과마저 분명하지도 않은 조기교육, 영재교육, 몰입교육 등 각종 학업 능력 증진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지금부터 성격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발상의 전환을 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지난 15년간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무척 많이 만나왔다. 그들 중 대부분이 부모와의 갈등으로부터 각종 문제 또는 증상들이 야기되었고, 또 그러한 갈등의 기저에는 결국 ‘공부’가 도사리고 있음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예컨대 최근에 치료를 시작한 중1 남학생 민수(가명)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공부를 무척 잘했던 우등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현재 한 달째 무단결석을 하고 있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음악과 게임에 몰두하고 있으며, 부모와의 대화를 일체 거부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를 이와 같이 만들었을까? 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요인들이 있고, 또 그것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상호연관 작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직접 한 얘기들을 듣다보면 무엇이 가장 핵심적인 이유였는지 짐작하게끔 만든다. “지난 초등학교 6년 내내, 아니 그전부터 포함해서 10년 동안 저는 지옥에서 살아왔어요. 놀고 싶은데 못 놀고 부모님이 보내주는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느라고요.”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정말 무서웠는데, 지금은 부모님이 저를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어릴 적에는 맞았지만 이제 제가 가만히 있지 않으니까요.” “부모님과 아예 말을 하지 않아야 해요. 말하다 보면 또 잔소리와 간섭으로 이어져요.” “저는 대학 가지 않을 것이에요. 중고등학교 동안 어떻게 또 공부를 해요? 독학으로 게임 제작 기술을 익혀서 게임 회사에 취직할 겁니다.”

잠시 부모의 말씀도 함께 들어보자.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서 결코 더 많이 공부를 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몇 번 때린 적이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에요. 숙제를 하지 않고서 했다거나 혹은 학원을 빠진 다음에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에요.” “어릴 적에는 순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나중에 독학으로 게임회사 취직하겠다는 것은 그저 공부 안 하는 핑계에 불과해요.” 부모와 아이 간의 과거 상황 이해 및 현실 판단에 매우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낙관주의, 뚝심, 자제력, 인내, 끈기, 성실성, 동기와 몰입, 성장 또는 발전하려는 마음가짐 등의 성격을 가진 아이들은 비록 가정이 불우하거나 경제적으로 궁핍했더라도 결국 성공에 이르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즉 성공의 비결은 개인의 ‘성격 강점’에 있고, 그러한 ‘성격 강점’을 만들어주거나 더 강하게 해 줄 수 있는 요인은 좋은 부모, 훌륭한 선생님, 전문 상담가나 치료자, 멘토나 코치의 역할을 해 주는 사람 등 주변 누군가의 도움이다. 앞에서 예로 든 14세 소년 민수는 중산층 가정에서 풍요로운 삶과 교육 혜택을 누려왔던 아이였다.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아이가 ‘누리는’ 것이 결국 아이 스스로 ‘괴롭힘 당하는’ 것이었는가? 비록 가정환경이 불우하지는 않더라도 부모의 맹목적인 공부 강조가 아이들에게 ‘부정적이고 열악한’ 심리적 환경을 제공하지는 않았던가? 부모가 과연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면 아이와의 갈등을 줄이거나 해소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아이의 ‘성격’을 이해하여 ‘좋은 성격’ 또는 ‘스트레스를 견디거나 극복할 수 있는 성격’을 갖추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이제는 ‘지능’이 아니라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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