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 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힘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류를 타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들의 시각차는 크다. 우선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특사 파견 후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정이라며 반기는 입장이다. 미국도 갑작스런 북한의 결단으로 놀란 기색이긴 하지만 긍정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다자회담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다른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그러나 설사 북한이 의도적 계산에 따라 다자회담에 임한다 할지라도 우선 대화의 장에 나선 것만으로도 평가 가치가 있다.

남북관계 경색은 이명박 정부의 ‘선(先) 비핵화’ 이후 대화가 가능하다는 분명한 입장 견지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년의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가 대북사업을 통해 군비와 핵무기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한 몫 했다.

북한도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당사자인 남한을 철저하게 외면한 점에서는 그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 금강산 여행객 피살, 현대 아산 직원 억류 등 비인도적 행태에 대한 책임 있는 당국자의 사과조차 없다는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한 행위다.

그렇지만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인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지난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북한의 잘못을 마냥 덮어두자는 말이 아니다.

우선 대화로 이끈 뒤 책임을 지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말이다. 지난 시기에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비난했을지라도 과거는 과거로 남기고 선대가 저지른 잘못을 후대에게 물려주는 어리석은 우리가 되지는 말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입장이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대화 모드로 전환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만 대북 강경론을 펼치는 것은 말 그대로 따돌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것을 분명히 각인하고 대북정책의 원칙은 고수하되 유연성을 갖춰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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