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

사람이 모이면 사회가 형성되고 종교는 번성한다.

사람의 능력은 유한하여 절대자의 도움을 구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들의 기본적 욕구이다. 사회질서의 윤택함과 인간다움의 생활관을 정립하는 데 있어서 종교의 기능은 중요하다.

각 종교는 우리나라 역사의 질곡 속에서 민중의 애환을 보듬어 주고 희망을 안겨주는 멘토 역할을 다하였다. 반듯한 사회형성을 위해 각 종교는 나름대로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특히 우리 민족은 태초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종교친화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 땅의 종교들은 세계종교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들을 세웠다. 한국불교는 발상지에서조차 잊혀진 초기 불교교리와 의식의 원형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어서 불교를 배우려면 누구나 한국을 찾는다.

유교 또한 그 발상지인 중국에서보다 오히려 한국이 유교경전과 의례전범이 굴절이나 퇴색됨이 없이 고유의 것 그대로 현존하고 있어서, 전 세계의 유학연구가들이 한국 유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천주교는 초기박해를 순교로 극복하며 성장하여 한국의 민주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부인할 수 없다. 기독교 또한 전래역사는 짧지만 세계기독교 역사상 최단기간에 초유의 폭발적 선교기록을 세웠으며, 현재 해외에 파송한 선교사가 이만 명에 가까이 이르러 세계기독교지도국가가 되어 있다.

민족종교 또한 개화기와 일제하에서 민족통합과 민중계몽 및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한 헌신적 활동을 통하여 백성들의 애족의식과 시민정신함양에 각 자가 기여한 공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 종교는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합심하여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섰다. 현대한국사회를 지탱하는 국민정신의 통합에 종교가 기여한 공은 참으로 크다.

최근 종교가 종교 간 갈등으로 인한 국론통합의 장애가 되어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 종교갈등은 사회와 종교 간의 간극이 커지고, 종교 간의 이해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종교가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기능할 수 있는 사회적·종파적 통합의 의식과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즉, 종교일반학에 대한 대국민접점을 넓히기 위해 중고등학교에서 종교강좌를 개설하고, 대학에서 교양교과목으로 종교학개론을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며, 종교학전공과정을 설치하여 종교일반학적 지식을 갖춘 자를 사회에 배출해야 한다.

각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대학 간에 학점교류를 상례화하여 비교종교학적 이해를 넓혀야 한다. 불교종립대학교정에 수강키 위해 온 수녀가 승복차림의 학승과 함께 캠퍼스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모습이 참 자연스럽다. 스님과 목사, 신부, 유학자가 각기 다른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대학교정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참 평화의 상징이 아닐까?

특정종교학이 아닌 비교종교학, 융합종교학적 관점에서의 연구자들이 많으면 그것이 사회통합의 자산이 될 것이고, 거기에 더하여 종교학과 인문학영역과의 복합적 통합연구의 성과는 훨씬 더 따듯하고 포근함의 사회통섭을 위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카톨릭신부가 원효의 화쟁사상을 종교 간 대화의 원리, 사회통합의 원리로 제안한 것을 본 일이 있다. 또한 스님이 기아선상의 북한 백성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목사와 협동하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종교 간의 대화와 소통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작동시켜, 종교가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선진법치주의의 활착을 향도하는 국민의 우군으로 자리매김되어, 항상 종교에 대한 감사함이 넘치는 내일을 기대한다. 종교는 결코 아편이 아니다. 종교는 사회통합을 위한 진한 향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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