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9.3 내각’ 인선자들의 도덕성 시비와 자질 문제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후보자들이 결격사유로 ‘무법지대(無法地帶)’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모양새다.

현 정부 들어 위장전입은 입각하기 위한 기본자격이 됐다는 조소마저 들려온다. 위장전입은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명백한 범법행위다. 범법자들이 각 부처의 수장으로서 무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보자들의 위법행위는 이 대통령이 천명한 ‘법치원칙’에 확실히 위배되는 대목이다. 하긴 이 대통령 자신마저 위장전입이 있는 마당에 이 정부에서 위장전입은 불법의 축에도 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법이라는 엄격한 잣대가 힘 없고 배경 없는 서민들에게는 가혹한 반면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에게 있어서는 유명무실한 것을 볼 때 이 나라가 과연 법치주의 국가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미국을 포함한 정치 선진국에서는 정부 주요 요직에 앉을 내정자들을 수개월 전부터 재정기록, 인품, 주변관계 등을 철저하게 파악한다고 한다. 혹시 이런 철저한 검증 후에도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사퇴 혹은 내정을 철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례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조 베어드 법무장관 지명자가 불법체류 외국인을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지명을 철회했다.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불법을 저지르고도 사과하는 것으로 무마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법치에 따라 마땅히 처벌받는 것이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지름길이다.

유난히 현 정부가 인사 문제에 있어 발목이 잡히는 이유 중 하나는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회사에서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데 인성을 포함한 자격요건을 철저히 검증하는데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 선발 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고위 공직자도 지키지 않는 법을 누가 지키려 할 것인가. 이번 청문회를 기회로 정부는 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위법행위가 있다면 일벌백계(一罰百戒)에 처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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