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8.15 광복절은 무력을 앞세운 일본에게 강제로 빼앗겼던 우리나라 대한제국을 되찾은 날이다. 이 날을 기념하여 축하 행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 가지 빠져 있는 사실이 있다. 일본에게 강제로 탈취당한 대한제국은 해방이 되면서 당연히 제자리로 복원되어야 했었다.

국가 정통성의 맥을 이을 대한제국의 황실은 제쳐두고 미국에서 귀국한 이승만이 국민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미국식 민주공화국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승만은 황실 복원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 혼자만 오로지 새로운 나라의 임금이 되고 싶어 했다. 그가 자신도 왕족의 후손이라고 종종 측근들에게 강조한 의미를 곱씹어 보면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이승만은 눈엣가시격인 황실 가족들의 재산을 모조리 몰수하고 매정하게 거리로 내쫓았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된 황실의 후손들은 그때부터 외국의 거리를 방랑하거나 병들어 죽어 갔지만 이승만은 냉정하게 외면을 했었다. 이승만이 권좌에서 쫓겨나고 이 나라는 10명의 국가 원수가 탄생되었지만 황실에 애정을 가지고 그 가족들에게 물심양면 도움을 준 인물은 아직까지 박정희 대통령이 유일했다.

아무도 황실 복원에 대해서는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대통령만 되면 혼자서 권력 위에 군림하고 싶어서였다. 황실이 복원된다 해도 내각제를 하게 되면 임금은 사실상 정치에 간섭할 수 없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동안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수많은 실망만 안겨 주었다.

얼마 전 모 정당의 원내 대표를 지낸 H 국회의원은 “하는 일도 없이 비판만 하고 서로 추잡한 비난만 하는 하이에나 같은 정치인을 볼 때마다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가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그가 말한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기만 하는 이 나라 정치 풍토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심각해지기만 하다.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이 나라에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데다가 황실문화 정통성의 부재 때문이라는 뜻 있는 분들의 개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황실문화 정통성의 부재-. 해방 직후 정치제도가 민주공화국으로 가기 전에 이승만은 황실 복원부터 먼저 했어야 옳았다. 세상이 뒤바뀐 마당에 군주제로 다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민주공화국으로 가되 이 나라의 끊어진 황실 정통성의 맥을 잇기 위해 황실을 복원하여 나라의 어른을 제대로 모시자는 말이다.

왜적 일본은 대한제국을 침탈한 기간 동안 이 나라 역사를 수없이 왜곡하여 우리 젊은이들을 교육시켰고, 황실의 정통 혈족을 붕괴시키기 위해 불임이 확인된 나시모토 마사코(방자)를 영친왕과 결혼시키는 인륜으로서 반하는 악행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이 저지른 문화 말살정책의 폐해를 우리는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나라에 일제의 역사왜곡에 대해 부하뇌동하고 있는 학자들이 일부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왜적 일본이 맥을 끊어버린 이 나라 황실의 정통성을 우리 스스로 이제는 바로 세워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의 위상도 그럴 만큼 성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된다면 국가의 브랜드 가치도 훨씬 높아져 국가의 이익 창출에 큰 보탬이 될 것은 분명하다. 황실이 복원되고 임금이 황궁에 버젓이 존재하면 이 나라의 정신적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이 나라의 대통령은 비로소 겸손해지고 사심을 버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자신의 직무에 충실할 수가 있겠다.

세계에서 군주제가 아니면서도 왕을 모시는 나라는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모로코, 태국, 일본 등 40개 국가에 이른다. 이 나라들은 대부분 정치적인 안정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정신적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임금님을 모시는 날 비로소 진정한 광복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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