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문화칼럼니스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버지니아주 알링턴 웨이크필드 고등학교에서 흥미로운 말을 했다.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그는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을 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여러분이 무엇을 쓰든 그것이 나중에 얘깃거리가 될 수 있으며, 청소년기에 올린 충동적인 글이나 사진 등이 중요한 시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먼 나라 대통령의 이 말에 ‘아차’ 싶었다. 때마침 미국 시민권자인 한 재미교포 청년이 ‘충동적인 글’ 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뒤늦게 고초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창 잘 나가던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22) 씨가 연습생 시절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 스페이스’ 에 한국이 싫다는 내용의 글들을 올린 것이 화근이 돼 팀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이제 ‘인터넷에서의 주의’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인 세상이 돼 버린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대중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마련인 연예 스타들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대통령이든 연예 스타든 ‘인터넷에서의 부주의’ 가 그들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한방에 훅 가게” 할 수도 있겠다.

비속어 섞어가며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 비록 불쾌하더라도, 부모 품 떠나 낯선 곳에서 고된 연습생 생활을 견뎌야만 했던 ‘충동적인’ 십대 시절의 하소연 정도라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만약 우리 국적을 가진 누군가가 다른 나라에 가서 활동하면서 그 나라 혹은 그곳 생활에 대해 혐오감을 드러냈다고 하면 애국자라며 박수쳐 줄 것인가. 촌스러운 짓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주인공 이영애 씨의 ‘불친절’도 입방아에 올랐다.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언론이 알까 쉬쉬했고, 법무 법인을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법률적 사정’을 언급하며, 언론마저도 ‘까불면’ “한방에 훅 갈” 수 있다고 은근하게 알렸다.

네티즌들이 신랑의 신상 추적에 돌입했고, 그녀는 귀국과 동시에 언론과 ‘술래잡기’를 했다. “날 잡아 봐라~” 했다가 안 되겠다 싶었던지 캠퍼스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씨는 이날 결혼과 관련, 그간 밝히지 못했던 사정들을 털어놓으며 언론과 팬들의 양해를 구했는데, “(기자들이) 더 이상 학교와 친정집으로 찾아와 주지 말아 주길 바란다"는 것이 사실 그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연예 스타들의 사회적 책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연예 스타를 공인(公人)이라 부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공인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 즉 공무원이나 경찰, 군인 같은 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연예인은 부와 명예 등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을 좇는 사람들이다. 물론 기부나 봉사활동 등으로 공익에 기여하는 스타들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연예 활동 그 자체의 목적은 아니다.

때문에 연예 스타는 공인이 아니다. 스타들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관심은, 그들이 공인이어서가 아니라 대중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인에게 적용해야 할 엄격한 도덕적, 윤리적 잣대를 연예 스타들에게 들이대는 것 역시 온당치 않다. 다만, 대중들은 그들이 스타들에 대해 품고 있는 선의의 관심과 호기심, 조건 없는 지지와 환호가 지극히 정당하고 가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대중들은, 인터넷을 주의하고 언론의 집요한 감시망을 피할 줄 아는 꾀 많은 스타가 아니라, 대중의 선의를 헤아릴 줄 아는 좀 더 ‘친절’하고, 좀 덜 ‘충동적’인, 그래서 그들 역시 대중들처럼 선하다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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